2010년 6월 23일 수요일

[poet]-cyber 프로포즈




                    [詩]-사이버 프로포즈      &  Writed by silpo.


- 1 -


이제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고
오늘 새벽
드디어 사이버 프로포즈의 날이 왔다

나는 그녀의 외모를 전혀 모른다

전혀 모르는 상대에게서
어느날 문득 프로포즈를 받는다는 그 의미를
아마 그녀는 잘 헤아리진 못하리라

어느 새벽 강변도로를 광포히 질주하는
자동차 서치라이트 불빛처럼
펄럭거리는 눈동자
그 혼불의 반짝거림을 통신망을 통해 느꼈었고,
오래 묵혀 둔 장맛같은 사이버 붓을 들어
용머리 구름 타고 그리움이
저 하늘 높이 솟구치길 바랐을 따름이렸다




- 2 -


그녀가 불특정 다수들에게
들려 준 아름다운 노래들과 넋두리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 보며
열병 속으로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코스모스표 시거래트 한 모금을
저 하늘가로 흩뿌렸을 따름이었다

그녀는 십구로 반석에 놓여진 요석처럼
비단결 갠버스 속 나의 전속모델이자,
치기어린 공상 멜로 드라마의
신비스런 요정과도 같다

한 가지 놀랍고 기묘한 사실은
그녀를 애타게 그리워 할 요량이면
두레박 타고 하늘에서 하강하는 선녀처럼
심연의 갈증 끝까지
달님의 뜨락에서 콩닥거리는
토끼 애간장을 달래주고저
파고드는 은하수 별빛처럼
언제나 날 진정시켜 주었었지 ...



- 3 -


그녀가 연주하는
놀라운 언어의 주술들과
여행 뒤의 후기들들 ... 그리고
추억의 실로 수놓은 온갖 마음의 문양들은
온 허전함에 자질러진 이 편집광적 호기심에
달콤한 한 다스 쵸코렛이었으며
포근한 자장가이기도 했었고
때론 한 줄기 눈물로써
날 슬픔의 웅덩이에 빠뜨리기도 했었지만도 ...

나는 모씨의 소설에 출몰하는 Mr. M처럼
그녀를 훔쳐보기 시작했으며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스포츠 경기 관람객처럼
아무도 몰래 그녀를 흠모하기도 하였었지

그러다 어느땐 흥분하여
작업하던 물감을 엎지르기도 했거니와
그녀의 종잡을 수 없는 율동에
어린애처럼 조아라 하며 깡총거리기도 하고
어느땐 저 혼자 행복에 도취되어
미친 놈처럼 너털거리며 웃기도 하였었지
"아하!"라고... 말이야



- 4 -


그러나 오늘
그녀에게서 단호한
한 장의 답신을 회송받았다

"아저씨는 늙은 딱.총
나는 최신식 기.관.단.총!
저는 아저씨를 전혀 모르는데요?"

아아!
나도 잘 알고있다
그녀가 날 잘 모른다는 사실을 ...



- 5 -


찬비 흠뻑맞은 길잃은 철새처럼
나그네 길손은
SOUL & JAZZ 란 핑크빛 네온글씨와
낡은 섹스폰이 창가에 걸린 카페
후미진 시트에 도사리고 앉아
조물주가 하사한 휴일의 큐사리를
포크로 쪼고 앉았을 때
그녀는 과연 무얼하고 있었는 것일까?

을씨년스런 가랑비가 내린 뒤
보다 선명해진 유리창의 상판 값어치 만큼이나
회한의 독 속에 절인 단무지는
개운스레 했으면서도
한편으론 허전한 이 갈비뼈를 후리는
날렵하고 스산한 고독이
느닷없이 시혼의 옆구리로 몰려와
온 삭신을 들쑤시고 있고,

불현듯 멀리 떠나간 벗님에게서
노오란 염색지에 새긴 그림 두어장과
방그레 짓는 미소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처럼
길고도 길 온갖 사연들을
다시 또 읽고 싶어지는 건
어쩌면 육신을 도외시한
사이버 초자의 광기어린 헛발질 모양
독백어린 정신분열적 망상인 줄 알련만서도 ...

탁자 위에 놓인 아메리칸 스타일 커피는
싸늘히 식어만 가고,
출입구 카운터에선
권태로움에 뒤덜미 잡힌 주인장의
메마른 목감기 기침 소리만
이따금씩 시계종을 울려대는 휴일날 아침
째즈 소리는 왜 이다지도 간들여지는건지 원 ...




- 6 -


나르시스에 도취된 이 징병할 놈의 담배꽁초는
코르크 재떨이에 얌전히 앉아
코 골고 앉아 계시고,
애꿋은 보라빛 수화기만 쥐틀어 잡혀
두서너 한량에게로 전통을 넣어 보지만
한 녀석은 함흥차사이고
또 한 놈은 2시 모임에 불참한다는 독설 !
염장할 놈의 햇발 워커 구둣발 소리하고는 글쎄 ...

그런데 사우나에 가려다 말고
왜 여기 있는 것이었을까 그것을 재생치 못하다가
오~우 쌔트 !
잠에 취해 오바랩한 역사를 빠져나와
소피갈기러 들어왔던 게로구만


- 7 -


"시혼만 결합합시다 육신은 안봐도 좋소이다"

쿠바의 배구공같이 찰드러진 그녀의 반발감을
입가에 가득 머금고 천장을 쳐다보다

푸-푸우웅덩
풍덩!

아아
이제 프로포즈를 다시 해야 하는걸까 ?
아니면 깡그리 다 잊어야 하는걸까 ?
전자는 욕심이고 나중것은 욕망이라는 걸
절망어린 회한은
새기고나 있는 것일까?





- 8 -


허나 어쩌면
어쩌면은 그 둘 모다를 진행시켜도
둘 다를 포기해도
누가 뭐라는 이 하나 없다는 상식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그것은 은밀한 밀실 속에서 추진되던
달콤한 시혼의 강낭콩이었기 때문에
어련히 그 콩깍질을 벗겨낼 물리력은 없을 것이야 ...




- 9 -


어쨌든 이 공작은
사진관 암실에서보다
더 은밀한 주의를 요구한다네

왜냐하면 여편네에게 들키면
큰탈이 나기 때문이지

그러나 알턱 있으랴?
마누라 그녀는 알뜰한 컴맹인데 뭘
나쁜 심보를 가진 나란 놈의 새끼
어떻게 컴맹은 면해 가지구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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