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7일 금요일

'귀천' 시인 고 천상병 씨 부인 목순옥 여사 별세

▶ 지난해 12월 경향신문 기자를 만나 천상병 시인의 미발표 시

‘세월’ 육필 원고를 공개한 목순옥 여사의 생전 모습.

 

 


'귀천(歸天)' 이란 제목의 명시로 유명한 고(故)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씨가 26일 오후 3시16분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인은 지난 23일 복막수술을 위해 입원했다 수술 후 상태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천상병기념사업회의 김병호 상임이사장은 이날 "23일 복막염에 의한 패혈증 증세로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1935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오빠 친구였던 천 시인과 1972년 결혼했으며 평생을 무직으로 살았던 천 시인의 뒷바라지를 했다.

 

목 여사는 인사동의 전통찻집 ‘귀천’을 1985년부터 운영하며 25년 넘게 인사동을 지켜온 ‘인사동 지킴이’였다.

 

 

35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72년 천 시인과 결혼한 고인은 천재시인이었지만 기인으로 불리며 평생을 무직으로 살았던 천 시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반자였다.

 

천 시인이 두 번이나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섰을 때 지극한 보살핌으로 생의 한가운데로 돌려놓았으며, 생계를 위해 고미술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천 시인은 생전에 “나는 부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한국 유일의 시인이다. …그러니 얼마나 고마운 내 아내인가”라고 말했다.

 

93년 4월 천 시인이 숙환으로 세상을 뜬 뒤에는 홀로 ‘귀천’ 카페를 운영하면서 천상병 시인의 숨결을 느끼고자 하는 동료 문인들과 독자들을 넉넉히 품어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목 여사는 93년 펴낸 에세이집 <날개없는 새 짝이 되어>에 천 시인의 아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다면 ‘귀천’이라는 보물이 있다고 적었다.

 

1993년 4월 28일 간경변으로 별세한 천상병 시인은 이승에서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으로 표현한 시 '귀천'을 비롯해 시집과 동화집, 산문집 등을 남겼다.

 

빈소는 강북삼성병원 장례식장 7호실에 마련됐으며 29일 오전 9시 발인.

 

관계자에 따르면 고인의 유해는 인사동에서 노제를 지낸 후 장지인 양주시 광적면 의정부시립묘지로 이동해 의정부 성산면에 있는 천상병 시인의 묘를 이장해 합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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