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2일 목요일

[펌글] - 과거를 망각하는 일본 제국주의자들 ... / 전영규 칼럼이스트


과거의 개발도상국들이었던 선진 강국들은 오늘의 개발도상국을 대체로 우습게 여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니 제 잇속 챙기는 다양한 논리를 개발하여 진리인 양 설파하기 일쑤이고, 제 입맛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강요하기에 바쁘다.

그들은 역사를 망각한 채 개발 도상국들을 벗겨먹기 위하여 끈질기게 몽니를 부린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인사이자 케네디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역임한 역사학자 슐레진저 2세(Arthur M. Schlesinger, Jr.)는 과거를 망각하고 기고만장하는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인데, 고명한 학자로서는 구사하기가 좀 민망한 용어까지 동원하였다.

1980년대 외채위기로 다수의 개발 도상국들이 외채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자 미국은 국제금융질서의 수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자국 금융기관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결사 IMF를 앞세워 개도국들에게 외채 원리금 상환을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슐레진저는 19세기 중 대표적 개발 도상국이었던 미국이 인플레이션과 엉터리 은행지폐, 끝내는 떼어먹은 해외투자자들의 돈 등으로 경제개발을 꾸려나갔었다는 사실을 우선 지적했다.


기름을 주유하기 위해 질서 정연하게 기다리는
일본 시민의 차량 행렬들


음침한 금융사로 얼룩진 미국이 자신의 과거는 덮은 채 개도국들에게 금융의 원칙을 설교하자, 슐레진저는 미국은 공중도덕상 홍등가는 폐쇄되어야 한다고 믿어 마지않는 늙은 창녀와 흡사하다고 일갈하였다.(『A Thousand Days』).

펜실베이니아 주, 매릴랜드 주, 루이지애나 주, 미시시피 주 등 4개 주는 지금도 런던 금융시장에 채권(bond)을 상환하지 못한 악성 채무자로 등록되어 있다.

일본도 역사의 망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나라다.

수많은 한국 여성을 위안부로 끌고가 성노예로 유린한 사실은 수미일관 외면하는 한편, 6자 회담에서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우선 해결하라고 북한을 윽박질렀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제법 행세깨나 하면서 다소나마 대우받기를 원한다면, 적어도 제 눈 속의 들보를 먼저 빼고, 형제 눈 속의 티를 빼라는 성서의 가르침(누가복음 6장 42절) 정도는 존중해야 된다.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사실(史實)로서 진솔하게 인정할 줄 알만큼 성숙하지 못하는 한 일본은 지구촌의 가망 없는 저능아요, 태평양의 비만한 피터 팬(Peter Pan)이며, 동아시아의 잔혹한 칼잡이다.

현해탄 저쪽 일본이 언제까지 공중도덕상 홍등가는 폐쇄되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늙은 창녀를 닮은 나라로 변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있을지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산타야나(G. Santayana)의 경구가 새삼스러운 요즈음이다.

지구촌은 가공스러운 대 재앙에도 약탈, 폭동 같은 파괴행위나 무질서가 거의 없는 일본사회를 새삼 놀랍게 바라본다.

유럽 섬나라의 한 신문은 인류가 진화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고 찬양하였다.

국내에서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고 가르치는 일본의 공동체 교육을 높이 평가한다.

지진해일 피해지역의 일본인들은 엄청난 재앙을 당하고서도 묵묵히 줄을 섰고, 몇 시간이고 불평 없이 기다렸고, 생필품을 꼭 필요한 양 만큼만 사갔다.



그들은 침착했고, 절제하였으며 질서를 지켰다.

그들은 타인을 배려하며 함께 간다는 밀도 높은 단체정신, 수준 높은 공동체 의식을 과시하였다.

이른 바 메이와쿠 문화다.

몸 '신(身)'자 옆에 아름다울 '미(美)'자를 붙여 새로운 글자까지 만들어 쓴다는 일본인들이다.

일본인들은 그렇게 한다, 적어도 자기네들끼리는 그렇게 한다.

그 뿐이다. 과거에 그들이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에게도 그렇게 했던가?
배려는 고사하고 언제 사람 취급이라도 했던가? 전후에는 달라졌을까?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다수의 일본인들은 침묵한다, 내 가족의 일이 아니니까.

대한제국에서 강탈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모르쇠 한다, 나라에서 그렇다고 하니까.

조선 침략은 침략이 아니라 조선 진출이었다고 가르쳐도 묵묵하다,

영광스러운 대 일본 제국이 한 일이니까. 1923년에 일어난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들을 어떻게 했는지 다수의 일본인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조선인은 일본인이 아니니까.

그들은 일치단결하여 밀도 높은 단체정신과 수준 높은 공동체 의식으로 이웃나라의 불행에 침묵하였고, 부당한 전후처리에 묵묵하며, 경제대국에 걸맞는 국제적 양식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라는 요구를 외면한다.

매우 단순하고 편리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Financial Times는 인류의 진화 따위를 운운하기 전에 일본과 일본인들이 자신의 침략 행위를 진심으로 반성했고 사죄했는지, 저지른 그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를 최소한 인정이라도 하고 있는지를 한 차례 정도는 살폈어야 한다.

FT는 제국주의에의 향수에 빠진 매체다.

필자는 지진해일 피해를 당한 일본인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며, 일본 특유의 저력으로 훌륭한 재건을 이룩할 것으로 확신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도 잘 수습되어 '체르노빌의 사과(Apples from Chernobyl)'를 대체하는 '후쿠시마의 사과'나 그에 관련되는 썰렁한 농담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한다.

동시에 이제는 일본과 일본인들이 뒤뚱거리는 비만아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할 줄 아는 대범한 국가, 성숙한 국민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그러하지 못하면 일본과 일본인들은 과거 자신의 행적은 덮어버린 채 고상한 척, 우아한 척하는 늙은 창녀일 뿐이다.



글쓴이 :    전영규 칼럼니스트, 서울 문화 유산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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