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8일 토요일

지구의 종이 사라지고 있다.

[이인식의 멋진 과학] 한 시간에 3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과학문화연구소장·KAIST 겸임교수 지구의 구석구석에 생물이 살지 않는 곳이 없다.

 

사막, 바닷물이 드나드는 늪지, 산호초, 해저의 분화구, 남극대륙, 천연온실인 열대우림 등 모든 서식지에서 식물과 동물이 독특한 조합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라 한다.

 



유엔은 올해를 '생물 다양성의 해'로 정했다. 생물 다양성이 급속도로 파괴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조류의 10분의 1, 포유류의 5분의 1, 양서류의 3분의 1이 멸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 제공자는 물론 인간이다.

 

생물다양성 훼손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서식지 파괴이다. 특히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열대우림은 아마존의 정글처럼 개발의 손길이 미치면서 수풀이 빠른 속도로 사라짐에 따라 희귀동식물의 멸종으로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1992년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펴낸 '생명의 다양성(The Diversity of Life)'은 열대우림에서 해마다 2만7000종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날마다 74종, 시간마다 3종의 생물이 우림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윌슨은 인류가 여섯 번째의 대량멸종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다섯 번의 대량멸종과 다른 점은 인류가 원인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그 희생자의 하나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1년 3월 생물학자인 호주의 앤드루 비티와 미국의 폴 에얼릭이 펴낸 '야생의 해결책(Wild Solutions)' 역시 생물의 멸종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과잉개발을 꼽았다. 이 책은 "생물종들이 멸종하면 인류가 많은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짓이며, 우리들 자신보다는 다음 세대에 손실이 된다는 점에서 이기적인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
영국 요크대 크리스 토머스는 '네이처' 1월 8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지구 기온이 섭씨 1.5~2.5도 상승하면 2050년까지 생물종의 15~37%가 멸종하게 될 운명이라고 전망했다.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면 생태계가 붕괴됨에 따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컨대 산호초가 사라지면서 수산업과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산호초는 한때 멸종된 적이 있었는데, 1천만 년이 지난 뒤에야 다시 출현했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이 일단 파괴되면 복구하는 데는 장구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야생의 해결책'에서 "생물다양성은 대체가 절대 불가능하다. 이것이 틀린 것으로 입증된다면 아마도 그것은 기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할 만도 하다.

하지만 과학의 기적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 주간 '뉴 사이언티스트' 4월 24일자에 따르면 멸종생물을 훗날 재생시킬 목적으로 견본을 보존하는 사업이 여러 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다.

 

식물은 1400종의 씨앗 수백만 개를 보존하고 있다. 동물은 수백 종의 견본 수천 개가 보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생물다양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줄로 안다. 후손에게 생물다양성이 훼손된 지구를 물려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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