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3일 화요일

[Book]-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I,II)

로마인 이야기 9편에 나오는 하드리아누스 황제.

 

 

그 전 황제인 트라야누스 황제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을

꿈꾸며 밖으로 자꾸만 나아가 로마의 변경을 극한까지 넓힌

전진형 군주였다면, 오현제 중 세번째 황제이고, 20여년의 통치

동안 로마 속주 곳곳을 순방하면서 내치의 기틀을 닦았던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전임자의 영광을 좇지 않고 이미 커져버린

로마의 내부를 다지는데 온 힘을 쏟았다.

 

하드리아누스는 고대 로마의 리더십만 놓고 보자면,

율리우스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콘스탄티누스에 못지 않은 1급 지도자에 속할 것인데,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이

민음사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한 명의 작가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색

, 연구와 자료조사를 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 있다면,

바로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1,2권을 꼽을 수 있다.

 

제2권에 수록된 창작노트와 자료개관을 보면 이 책의 작가인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자신의 온 생애를

걸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독자와 평단 역시 이런 그녀의 노력에 무덤덤하지 않았다.

 

"회상록" 한 권으로 유르스나르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최초의

여성회원이 되었고, 권위 있는 문학상을 석권하면서 그녀 스스로

불멸의 명성을 쌓아 올렸다.

 

 

책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부분은 작가가 2,000여 년 전에 살았던

하드리아누스라는 인물의 내면 속으로 자연스럽게 마치 아침 잠에서

깬 것처럼 들어간 상태에서 책의 내용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하드리아누스라는 로마황제의 업적과 통치,
그리고 그의 시대에 일어난 역사적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가장 궁금했던 하드리아누스라는 한 인간의 내면의 목소리는
작가의 펜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자연스럽게 부활한다.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차차기 황제로 점찍어 놓았던, 젊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일인칭 고백형식으로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회상록”은 읽으면 읽을수록
      김 훈의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하드리아누스와 이순신이라는, 역사적인 업적과 존재감이 주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인물의 내면을 파고들어서 그들의 목소리로

글을 써 내려간 두 작가의 동일한 방법론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고전적이고 장엄한 문체를 통해 담담하게 자신의 삶과 사랑,

동지와 적, 그리고 사상과 의지를 전달하는 책 내용에선 동서양의 차이를

뛰어넘어 동일한 인간사의 다양한 변주를 맛보게 한다.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은 스피드 리딩을 권하지 않는다.


구상 이후 집필 완료까지 25년이 넘게 걸린 유르스나르의 공이
문장 하나하나에 묻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을 번역작업 역시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있는 한 인물의

거대한 존재와 깊이를 따라가는 몰입이 필요한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link web page :

http://romeimfra.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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