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아파트 공화국의 현실’...우리의 미래는 /
도시 생산기지가 잠만 자는 아파트로 속속 바뀌어
요즘 수도권은 물론 지방 공장 부지들이 아파트 타운으로 변신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중랑구 상봉동 삼표연탄, 영등포구 당산동 대한통운 물류창고,
광진구 광장동 화이자 공장, 구로구 신도림동 한국타이어 공장 등
수많은 공장들이 더 이상 생산의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아파트 단지에 자리를 내줬다.
수도권에서도 수원시 정자동 SK케미칼 공장, 인천시의 남동구
논현·고잔동 한국화약 공장, 부평구 부개동 KT지사 부지 등이
아파트로 개발되고 있다.
지방에서도 경남 마산시 진동면 두산유리, 대전시 대덕구 석봉동
풍한방직,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대농공장 부지 등이
전부 아파트 단지로 바뀌거나 일부로 변신하고 있다.
문제는 아파트가 주(主)가 되는 개발 방식이다. 도시의 생산기능을 담당하는 대규모 공장부지(주로 준공업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은 도시 산업기반의 급격한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산업 용지를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주거 용지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단기간 자본이득을 극대화를 위한 아파트 개발이라면 더욱 그렇다. 생산공간으로 탈바꿈해 도시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도시의 생산을 담당하던 낡은 공장 자리에 말끔한 현대식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좋아하며 축가를 부를 것이 아니라 장송곡을 울려야 한다. 부가가치 생산기능이 없는 도시는 불임도시나 다름없다.
아파트 주(主)되는 개발, 도시 경쟁력 훼손
쇠락하는 일부 도시의 기능을 되살리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공장 부지는 첨단산업이나 서비스 사업자들이 들어서는
장소 가릴 것 없이 빈틈만 생기면 아파트 지어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공장부지만 아파트단지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장소 가릴 것 없이 빈틈만 있으면 아파트를 짓는다.
예컨대 국내 오피스 밀집지역 중 하나인 서울 마포구 귀빈로에
최근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섰다.
마포 귀빈로는 광화문, 여의도, 강남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오피스 타운 지역이다.
‘강북의 테헤란로’로 불리기도 한 곳으로
국제공항(김포공항 및 인천국제공항)과 광화문을 잇는
도심 진입의 관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바람이 불면서 이면도로가 아닌 귀빈로 바로 인접한
대로변에 O, L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건립됐다.
마치 ‘오피스빌딩 군락지’인 테헤란로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에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 격이다.
또 송파구 2호선 잠실역과 지하로 연결된 L주상복합, 서초역 D
주상복합 아파트 역시 아파트 투기 광풍 시대가 아니었으면
탄생이 불가능했으리라.
도시공간 구조상 그 자리는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 빌딩이 들어설 자리다.
심지어 최근들어 100층짜리 랜드마크 빌딩 사업에도
상당수가 아파트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기형적 개발을 하고 있다.
아파트가 당장 돈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간 거세게 분 아파트 투기광풍 시대의 대표적인
일그러진 우리사회의 자화상이자 부산물이다.
경기도 부천과 안양의 심각한 산업 공동화
부천과 안양은 한때 ‘수도권의 공장’이라고 할 만큼
부가가치를 왕성하게 만들어내는 제조업 기지였다.
제조업체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면서 산업 공동화를 우려할 정도로
텅텅 비어가는 도시가 됐다.
안양의 광업 및 제조업체 수는 2008년 현재 686개로 9년 전인
1999년(698개)보다 1.7% 줄었다.
전체 부가가치 총생산액은 같은 기간 2.5% 늘어나는데 그쳤다.
부천의 경우 1999년 만해도 업체수가 1607개나 되었지만
9년 사이 42개(-2.5%) 줄었다.
부가가치 생산 총액도 같은 기간 11.4% 늘었으나
경기도 평균 증가액(89.0%)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안양과 부천에서는 2008년 1월~2009년 3분기말 까지
지방으로 간 제조업이 각각 11곳, 10곳에 이른다.
최근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는 수원, 구리, 광명 등 도시들도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제조업이 위축돼 있지만 그렇다고 대안으로 입지상 물류, 의료, 법률 등
생산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키우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도시가 서서히 생명력을 잃고 고사하고 있는 것이다.
부가가치 생산 공간이 없으면 수도권 도시는 서울의 변방도시,
기생도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도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국지적 펀드멘털(fundamental)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잿빛 콘크리트’ 아파트가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른 아침 성수대교나 반포대교를 가보면
강남으로 향하는 차선은 승용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 있다.
거의 주차장 수준이다.
양복차림의 직장인들이 타고 있는 나 홀로 승용차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강북으로 가는 차선은 시원스럽게 뚫려 있다.
이처럼 양 차선이 극명한 차이를 드러나는 것은
역시 직장이 강남에 많기 때문이다.
'잿빛 콘크리트’ 아파트가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아파트는 잠자는 공간일 뿐이다.
즉 강북의 재개발, 뉴타운 역시 아파트만 지을 경우 아파트 비대화
현상만 나타나 도시의 균형적인 성장을 방해한다.
도시의 부가가치 생산력이 없어져 ‘강북은 영원한
베드타운의 강북’이 될 뿐이다.
이제라도 강북은 초고층 아파트 숲만 들어서는 방식이 아니라
부가가치 생산 공간과 주거공간이 복합적으로 아우러지는
멀티플시티(다중도시), 혹은 자족도시 방식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침마다 반복되는 한강다리의 강남 쪽 방향의
극심한 정체도 뻥 뚫을 수 있다.
출처 : 스피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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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
창신2동 재개발 도시 계획 확정안에 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동네 재개발 반대 추진 위원회에서 근래 동리 골목마다 붙인
대자보성 벽보가 문득 생각난다.
동대문 상권을 중심으로 거대한 의류 시장을 지원하는 소규모
봉제공장이 밀집한 신당1, 5,6동 및 창신2동, 숭인1동 그리고
보문동 지역은 예전부터 집집마다 지하실과 1.2층을 막론하고
소규모 영세 봉제공장의 의류제조 기지화로 말미암아 지역
상권이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개발된다해도 절대 반대하라는 취지의
벽보 내용을 살펴보면 아파트 입주금에 턱없이 부족한 퇴거비용을
받아 들고, 골목마다 집주인으로 있던 사람들이 뿔뿔히 전세입자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지방 변두리로 내몰릴 거란 경고성에 가까운
반대안을 개진시킨 내용들이다.
일례로 작은 건물을 소유한 집주인은 여러개의 족방과 지하실 등에
입주한 근무자들과 소규모 봉제 공장의 세를 받아 살고 있는데,
그는 이런 수입원 외에 기운차게 일할 힘이 부족한 노인분이라
가정해 보자.
아파트 입주금만 몇억을 호가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재개발
되고, 집주인은 그들이 입주할 아파트에서 비싼 관리비며 입주
원금을 지속적으로 지불할만한 경제력 자급력이 부족한 노인분
들이라 생각해 본다면, 그들이 한달한달 생활하면서 살만한 기초
적인 수입원은 다 소멸되고 그렇다고 아파트 입주금에도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을 안고 서울을 벗어난 지방이나 변두리로 다시
쫒겨 가는 폐해를 절대 겪지 말자 ! 란 재개발 반대 위원회의
의견도 상당히 현실적인 내용이란 동네 주민 들의 의견도
상당히 실효성이 있으며 지배적인 것이다.
창신2동만 이러한 소규모 봉제공장이 2000개 이상이 되며,
신당동 및 숭인.보문동 지역을 포함하면 대략 3500~4000개
정도로 추산되는 이러한 공장의 존재는 그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 더불어 이 지역 상권의 생사 여탈권을 쥔 경제
활력의 주인공들인바 그들의 생존을 무시하는 무분별한 재개발
계획은 그냥 렛잇비 하면서 살게 내버려두는 게 모두를 위해서
더 이롭다는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기 부동산뱅크 박원갑 회장님의 칼럼에 전적으로
수긍한다.
도시 속에 생산적인 공간도 그 속에서 일하는 외국 근로자를 포함한
저소득층 인력들의 주거공간도 이젠 인정해 주는 개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도심을 도심답게 만드는 근거인 것이다.
Ref webpage :
http://machicopa.ba.ro/ (왕십리 재개발 문건)
http://blog.naver.com/wow0819?Redirect=Log&logNo=80003297403
(동대문 정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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