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0일 토요일

펠레의 저주냐? 문어 파울의 신통력이냐?

문어의 예언과 전문가 예측
  • 박해현 논설위원 hypark-chosun.com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은 1995년 럭비월드컵을 유치해 흑백 화합을 이뤘다. 남아공팀은 예상 밖 우승을 이뤄내 피부색을 떠나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만델라의 참모는 대회가 열리기 직전 "전문가들이 말하길 8강 이상은 어렵답니다"라고 보고했다. 27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대통령이 된 만델라는 "전문가들이 항상 맞는다면 우린 아직 감옥에 있을 걸세"라고 대꾸했다.

▶축구에선 '펠레의 저주'가 '전문가의 틀린 예측'을 상징한다. 남아공월드컵에서도 펠레가 지목한 축구 강국들이 줄줄이 떨어졌다. 1990년대 이후 브라질 축구는 펠레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할 때마다 고배를 마셨다. 골잡이 호마리우는 "펠레는 입만 다물고 있으면 시인(詩人)"이라고 했다. '침묵하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는 비아냥거림이었다.
 
▶펠레가 체면을 구긴 반면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이 세계적 예언가가 됐다. 오버하우젠의 수족관에 사는 '파울'은 승리할 팀의 국기가 그려진 상자 속의 홍합을 족집게같이 집어먹어왔다. 스페인에 진 독일의 축구팬들이 "문어를 먹어 치우자"고 하자 스페인 총리는 "파울을 지키기 위해 경호원을 보내겠다"고 맞받았다. 12일 스페인-네덜란드 결승전을 앞두고 9일 파울은 스페인 우승을 예측했다.



▶문어는 무척추동물 중에 가장 지능이 높다. 크기가 인간 뇌의 600분의 1에 불과해도 지능은 강아지와 같은 수준이다.

문어가 적에겐 강하게 먹물을 뿜지만 장난칠 때는 약하게 내뿜을 정도의 지능이 있다는 실험 결과가 과학지 디스커버리에 실린 적도 있다.

훈련받은 문어는 잼이 든 유리병을 주면 발로 병뚜껑을 열 줄 안다.
색깔이 다른 공도 구별한다.

우리말 문어(文魚)는 '선비처럼 먹물을 갖고 있는 점잖은 물고기'라는 뜻에서 '문'자를 붙인 것이다.

▶"경제 예측의 유일한 기능은 점성술을 존경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말했다. 헛똑똑이 경제학자보단 점성술사가 더 정확하다는 얘기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숫자는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쟁이는 숫자를 사용한다"고 했다. 통계 수치에 빠져 현실을 못 보는 경제학자들을 겨냥한 말이다.

점쟁이 문어 '파울'에게 세계가 열광하는 것은 불투명한 경제상황 탓도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문어의 신통력에 환호함으로써 제대로 예측도 못하면서 행세만 하는 전문가그룹을 조롱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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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월드컵 경기별 하일라이트 동영상 모음
http://seoultour.textcube.com/287

. 오사카 타코야끼(문어빵) 이야기
http://ellimfarm.kr/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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