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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31일 일요일

'로마인 이야기'를 저술한 위대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 15년 투혼의 여제(女帝) -

                          일본의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 Nanami Shiono)

 

“승부 걸지 않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사람이 아니

남자가 살다보면 어느 순간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때때로 있다.

 

이 여인이냐 저 여인이냐 를 놓고

선택 할 때도 그렇겠지만,

살다보면 두 갈래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가야하는 ...

 

이런 저런 선택을 강요당하며

우린 승부를 봐야만 할 적이 여러번 있는 것이다.

 

머뭇거려선 아무 것도 안된다.

가만히 있어도 살 수가 없다.

뭔가 수를 내야만 한다.

 

때론

싸움터 전장터에 나가

"

과감히 싸우다 지면 죽음이요

승리하면 돈과 여자와 식량이 바로 우리의 것 ! "

이라 외치며 적진의 성문을 향해 돌격하는

어느 공격병사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겠지만서도 ...

 

하물며 동네 어느 후미진 골방 속에서 벌어지는

자그마한 화투판에서도

어느땐 이 판에 뒈져 버릴 것이냐

확 배팅을 해버려 한 몫 단단히 움켜 쥘 것이냐 를 놓고

고심하며 기꺼히 승부수를 던진다.

 

시오노 나나미 작가는 남자란

때때로 승부를 거는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갈파했다.

 

승부를 모르는 남자는

승리의 짜릿한 환희도,

실패의 처절한 아픔도 모르고

인생의 아무런 묘미도 못느끼고 사는 남자는

매력없는 남자라고 그녀는 단호히 주장한다.

 

남자들이여 !

 

세상에 널린 숱한

지도자들이여 ...

 

로마로 가는 가도 앞

루비콘강 앞에 정렬한 채

주점주점거리는 그들의 로마병사 앞머리에 우뚝 서서

우렁차게  "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 앞으로 돌격  ~! "

이라 외치던 로마의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 장군을 기억하겠는가?

 

그의 도강으로 로마의 역사는 통채로 바뀌어 버렸다. 

 

이제 남자라면 쾌히 승부를 알고 즐기며

기필코 승리를 낚아 챌지어다 ~~~

 


 

 

‘또 하나의…’는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제국 탄생에서부터 전성기까지의 통치철학과 제도를 새로이 정리한 책. 시오노가 평생을 로마사에 몰두하며 파고든 주제가 다름 아닌 ‘정치 리더십’이라는 점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추천은 흥미롭다.

 

. 시오노의 저작을 중심으로 그가 탐구한 인간학을 들여다 본다.

 

시오노 나나미는 1937년 7월 7일 도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처음 읽고, 유럽의 신화와 역사에 매료된 그녀는 1963년에 가쿠슈인(學習院)대학(일본의 귀족 출신 자제들이 다니는 명문 교육기관)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시절 그녀는 좌파 학생운동에 깊이 참여했으나, 1960년 안보투쟁 이후 분열을 거듭, 목적성 없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학생 운동의 현실에 질려 발을 빼게 되었다.


 “학생 때의 사회주의 운동은 한 번쯤 치러야 할 홍역이지만, 인간의 본성인 이익 추구를 부정하는 좌파사상에는 매력을 오래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졸업 후 ‘아사히 신문’에 지원하기도 했지만 낙방한 뒤 딱히 이렇다 할 직업을 갖지 않고 있다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1964년 이탈리아로 건너간다.


한 때 그녀의 꿈은 외교관이었다. 고등학교 때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서 1년가량 공부하면서 서양 문화에 매료됐으나, 미국에서 돌아와 읽은 ‘일리아드’가 그의 인생을 바꾼다.


영어 대신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독학하면서 지중해 세계에 빠져든 것.

 

1968년까지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는 동안 어떠한 공식 교육기관에도 적을 두지 않고 독학으로 르네상스와 로마 역사를 공부했으며, 이탈리아뿐만 아닌 유럽 전역,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의 광범위한 지역을 여행하기도 했다.


집필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 무렵부터다. 데뷔작은 1968년 ‘중앙공론(中央公論)’에 발표한 ‘르네상스의 여인들’이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다.


1970년 두 번째 작품인 장편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의 일대기를 그린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을 발표하여 명성을 쌓기 시작, 같은 해 이탈리아인 의사와 결혼하며 이탈리아 피렌체에 정착한다. 이 결혼 생활에서 아들을 하나 두었으나 수 년 후 이혼했다. 그후 아들과 함께 1993년 로마로 이주해 현재 그곳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일관, 집중, 집요, 지속


그에게 처녀작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쓰게 한 가스야 잇키 전 ‘중앙공론’ 편집장은 시오노의 초년병 시절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 30년 전 이탈리아에서 시오노씨를 만나 사흘 동안 그로부터 로마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상당히 건방졌다. 불끈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은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 르네상스에 흥미가 있다면 ‘여자’에 대해 써보는 게 어떠냐 했더니, 왜 하필 여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반 년 뒤 정말로 책을 써 왔다. …


많은 작가와 사귀었지만, 시오노가 가장 성장했다.


스스로도 깨닫지 못할 만큼 많이 컸다. 집중과 지속이라는 미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어찌 보면 꼭 수도하는 수녀 같다.


기독교를 경유하는 역사에 도전하고, 20세기 인간의 환상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는 이 엄청난 일을 마지막까지 뒷받침하고 싶다. ”(‘로마인 이야기 길라잡이’ 중)

 

그의 말대로 시오노의 작업 태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일관성과 집중력이다.


조직에 매인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에라도 묶여 자기절제를 할 수 있지만 작가는 철저히 혼자다.


웬만한 인내력이 없이는 힘든 작업을 지속할 수 없다. 시오노는 매일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글을 쓰기 위해 서재로 건너갈 때는 마치 출근하는 사람처럼 정장을 차려입는다는 그였기에 장장 15년에 걸쳐 15권의 ‘로마인 이야기’를 써냈으리라.

 

그 사이 나이는 50대 중반에서 70세가 됐다.


그동안 여름휴가 한 번 안 갔다고 한다. ‘로마인 이야기’ 완간 인터뷰에서 “혹 나쁜 병이라도 발견되면 일을 중단해야 하고, 일단 중단하면 다시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아 병원에도 한 번 가지 않았다”고 고백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집요함은 번역 작업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번역을 모두 자기 돈으로 진행했다.


특정 국가가 아닌 인간 일반을 위해서 썼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고의 번역자와 감수자를 택하느라 도쿄에 집을 사려고 모아둔 돈까지 모두 썼다는 것이다.

 

그가 로마인 이야기 ’를 집필한 동기 는 ‘ 지력, 체력, 경제력, 기술력 등 모든 면에서 주변 민족보다 열세에 있던 로마가 지중해 전역을 제패하고 중근동,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대제국을 1000년 넘게 경영한 비결이 무엇인가 ’ 라는 의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바로 그 ‘의문하는 힘’이야말로 시오노에게 세상과 사람을 보는 특별한 눈을 갖게 했다.

 

 

. “호기심은 나의 힘”

 

시오노는 도쿄 도립학교인 히비야(日比谷)고교를 나왔다. 일본 전역에서 수재들이 모여드는 우수한 학교다. 졸업생의 3분의 2가 도쿄대에 진학하는 이 학교에서 시오노는 도쿄대를 지원했다가 낙방한다.


당시를 회고하는 시오노의 말이다.

 

“당시 히비야고교에서 도쿄대에 낙방한 학생들은 ‘미야코오치’(都落ち·낙향이란 뜻으로 관청에서는 좌천을 뜻함)로 불렸는데 내가 바로 미야코오치였다.


당시 교토대로 진학해 훗날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동창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도 미야코오치였다. 나는 모범생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에 따르면 공부를 잘하려면 첫째 기억력이 좋아야 하고, 둘째 교사가 말하는 내용에 의심을 품지 않아야 하는데 자신은 교사가 뭔가를 말하면 곧 의심을 품는 의심덩어리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교사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나를 비롯해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선생님 말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다른 것들을 연상해 결국 엉뚱한 것을 생각해버린다. 자연히 선생님이 말하는 다음 이야기는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고교시절 나는 의심을 품지 않는 것이야말로 수재가 되는 요인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의 고교시절은 고독할 수밖에 없었다.


‘왜?’ ‘어떤 조건에서?’라는 두 가지가 설명되지 않으면 수업이 끝난 뒤 꼭 질문하는 학생을 교사들이 반길 리 없다. 더군다나 그 나이에 그리스나 로마에 관심을 갖는 아이가 몇이나 됐을까. 하지만 그는 무엇에나 의심을 갖는 것, 즉 호기심을 자신의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호기심이란 바꿔 말하면 자기를 개방하는 것이다. 개방적인 사람이야말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은 찐빵 하나를 만들더라도 팥 대신 크림을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생각이 커져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어낸다.

 

다른 데서 받는 자극이 없다는 것은 곧 무균상태, 면역성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상태에서 균이 들어오면 당장 병에 걸린다.


자극이란 독(毒)이다. 요컨대 균이다. 독이니까 해롭지 않을 정도로 계속 받아들여야 면역이 생긴다.
내가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호기심이 강하다는 정도였다.


그런 ‘긍지’같은 것이 30년 뒤의 처지를 갈라놓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네로 황제는 흔히 폭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오노는 열일곱 살에 황제에 오른 사람(네로)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폭군 네로라는 기존의 평가를 전부 버리고 새롭게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를 보게 됐다.


어떤 사상과 윤리, 도덕으로도 재단하지 않고, 인간의 행위 그 자체를 추적해 가는 그의 작업은 남들과 똑같은 사료, 이미 존재하는 것을 토대로 해도 자신만의 시선이 있기에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원천이다.

 


‘리스크’를 떠안는 지도자

 

시오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뒤에도 주류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곤 한다.

 

 이탈리아 주재 일본대사관에서 “내일 도쿄에서 유명 대학 교수들이 오니 만찬에 참석해라”고 요청했다가 곧 “교수들이 시오노와 동석하기 싫다고 했다”는 연락을 받는다거나, 누군가 출판사를 통해 마키아벨리 번역집에 발문을 써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얼마 후 “시오노의 발문은 싫다”고 했다는 얘길 듣는 일이 자주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럴 때마다 ‘두고 보자. 남보다 더 큰 성과를 내면 된다’며 작업에 매진한다고 한다.

 

그가 로마에 몰두하며 구축한 작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 정치 리더십 ’의 문제다. 단지 로마를 소개하는 차원이 아니라 “ 정치를 잘못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 로마사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시오노는 이 과정에서 인텔리들에게 정치를 비하하거나 경시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정치가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가장 손해를 보는 집단은 서민이다. 나아가 정치는 축적된 부를 운용하고 지속시키는 작업이기에 단지 정치인에 국한되지 않고 경영자 ·언론인, 심지어 주부들까지 동참해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한다.

 

경제가 돈 버는 것이라면 정치는 번 돈을 잘 쓰는 것이다. 이에 비해 문화는 성공한 경제와 정치로 번 돈을 운용하는 것이다. 한 나라가 번성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우선 경제력이 확보돼야 하고 다음은 정치 안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꽃피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단계를 밟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운이 사회에 퍼지는 것이다. 그런 기운은 위기의식에서 나오는데, 망해가는 나라는 한결같이 뛰어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고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

 

(‘로마인 이야기 길라잡이’ 중)

 

그가 무엇보다 지도자에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조직이란 항상 강력한 리더가 있어야 움직인다. 기관차가 차량만 늘어놓았다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기관사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란 어떤 인물일까. 우선 ‘리스크(risk)를 지는 존재’다. 그의 말이다.

 

“ 한 시대에는 그 시대의 리스크가 있다. 지도자는 그것을 파악한다. 그리고 가능한 데까지 그것을 축소한다. 아무리 해도 처리할 수 없는 나머지 리스크는 자신이 직접 진다. 이것이 지도자가 하는 일이다. ”

 


지혜와 용기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과 축소하는 비결은 ‘지혜’와 ‘용기’에서 우러난다. 지도자가 리스크에 대해 가진 지혜와 용기가 크면 클수록 구성원들은 자진해서 그 리스크를 함께 지는 데 동참한다.

 

“고대 로마인들은 한마디로 리스크를 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전쟁에 이기고도 늘 양보했다. 어제까지 적으로 맞서 싸우던 민족도 이기고 나면 언제 싸웠냐는 듯 자신들의 선진기술로 만든 무기를 건네주면서 ‘자, 이제부턴 당신들이 지켜라’, 요샛말로 방위조약을 맺었다.

 

적들이 자신들이 제공한 무기로 다시 공격해 들어올 리스크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포용한 것이 로마의 성공비결이다. 로마인은 무기뿐 아니라 당시로서는 최첨단인 건축 기술과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비롯해 경제와 문화까지 아낌없이 피정복자에게 제공했다.

 

로마인들이 이긴 뒤에 양보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기지 않고 양보하면 질서가 생기지 않는다. 로마인들은 피정복민에게도 시민권을 주고 과감히 요직에 등용했다.”

 


“정치가는 지옥을 봐야”


이런 점에서 고대 로마인들이 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철학’이었다.

 

“내가 로마인에 흥미를 갖는 것은 인간성에 환상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로마인도 인간인 이상 실패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주저 없이 개혁을 단행했다. …

 

로마가 1000년 이상이나 계속된 것은 운이 좋아서도 아니고 자질이 특별히 우수해서도 아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시하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기개가 있었기에 번영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실주의적 태도야 말로 시오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의 두 번째 덕목이다.

 

“ 정치가는 선인(善人)이 아니다. 지옥을 봐야 한다. 정치는 결과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지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천국으로 가는 길만 말하는 사람이다.

 

지도자가 천국으로 가는 길밖에 모른다며 다같이 손잡고 가자고 하면, 자칫 모두를 지옥으로 이끌게 된다.

 

동물 세계와 마찬가지로 인간 세계도 결국 싸움터다. 일단 싸움터에 나가면, 즉 프로가 되면 ‘절대로’ 이겨야 한다. 세계에는 평화롭지 않은 나라나 지방이 많다. 그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그저 평화를 외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마키아벨리의 생각이야말로 현실주의다. 그가 말하는 것은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싸우고 투쟁해나가는 것을 말한다. 투쟁할 경우에는 상대를 잘 알 것, 자신의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할 것, 자신의 입으로 표현할 것, 이 세 가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상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볼 수 있는 능력, 상대의 속을 읽는 ‘인텔리전스’도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하지만 시오노는 리더십에 어떤 법칙이나 방정식 같은 게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좋은 자질을 타고났어도 자신의 시대와 맞아야 리더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에는 시대와 맞지 않아 스러져간 리더도 무수하다. 나는 그들에겐 그들대로 애정을 느낀다. 훌륭한 전술, 전쟁에 이기는 시스템을 찾아낸다고 해도 싸우는 방식은 적(敵)에 따라 달라진다. 전장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다만 승부를 걸지 않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지도자와 지식인의 차이

 

시오노를 만나본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그가 대단한 멋쟁이라고 전한다. 늘 고급 정장 차림에 화려한 액세서리로 단장하고, 화장을 곱게 하고 좋은 향수 냄새를 풍긴다.

 

한마디로 대단히 여성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관심의 대부분은 ‘남자’다.

 

그는 아예 “나는 여자의 세계에 관심이 없다. 내가 여자니까. 나의 관심은 남자다. 남자의 세계에서도 특히 가장 남성적이라 할 전쟁에 관심을 쏟은 것은 그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마의 역사도 멋진 남자들이 차례차례 나타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이야기로 읽어낸다.

 

그는 영화광이기도 한데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는 영화 에세이집에서 자신의 남성관을 이렇게 적고 있다.

 

“30년 전 대학 여자 동급생들이 생각하는 결혼상대란 오너의 아들이거나 도쿄대 법학부 아니면 게이오대 경제학부, 사법고시나 외무고시, 행정고시 합격자였다. …

 

나는 그녀들보다 내가 훨씬 더 결혼상대를 선택하는 폭이 넓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민이라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훨씬 더 좁았다. 일류대학 일류학부에 입학하는 것이나 외교관이나 변호사나 관료가 되기 위한 시험에 합격한다는 것은 두뇌가 있고 공부하는 방법만 알고 있으면 대부분 남자들에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품위 있는 행동이라든지, 유머 감각이라든지, 절묘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모든 일에 대처하는 능력은 시험으로 측정될 수 없는 자질이다.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다는 말이다. 대학 시절 나는 동급생들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것을 남자에게 요구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자신의 남성관을 피력한 ‘남자들에게’란 책에서 이른바 인텔리 남자들이 섹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보강 정도밖에 안 되는 것(즉 본질이 아닌 것들)’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인텔리 남자들)에겐 하찮은 것을 하찮은 것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없다. 무슨 일이 터졌을 때 그럴듯한 이유를 얼마나 잘 생각해내느냐에 전력을 집중한다. 또 욕망은 있으나 그것이 콩알만하다.

 

정치가가 뭐라 부추기면 창피할 정도로 홀랑 넘어가고, 재계의 어느 위인이 접대해준다고 하면 기생보다 먼저 뛰어간다. 기생은 화대라도 받지만 인텔리는 하루 저녁 얻어먹을 뿐인 것을. 이런 궁상이 어디 있을까. 그들이 무언가 자기 맘의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어 권력이 필요하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이용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건 봐주기 힘든 꼴불견이다.”

 

그러면서 지식인들은 지금 세상의 어디가 잘못돼 있는지에 대해 비판을 하라고 하면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는 구체적인 제안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도자와 지식인의 차이다.

 

 

나에겐 사전이 있다.


남들이 들고 다니는 그런 사전 말고, 스스로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지어 사용하는 나만의 사전을 머리 속에 넣고 다닌다.

 

그 사전 속에 '예쁘다'와 '멋지다' 그리고 '아름답다'라는 단어가 있다.

서로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쁘다'는 누구에게나 사용한다. 보기에 좋은 사람, 보기에 좋은 물건은 모두 '예쁘다'의 범주에 포함된다. '예쁘다'는 그리스적인 '미'의 기준을 충족시켰음을 의미하는 단어다.

 

하지만 '예쁘다'는 '매력적이다'가 될 수 없다. 그냥 예쁜 것 뿐이다.

 

'멋지다'는 '예쁘다' 보다 상위 개념이다.


간혹 예쁘지 않은 것도 '멋지다'라고 표현할 때가 있다.
'멋지다'는 '매력적이다' 역시 만족시킨다.

 

살다 보면 많은 여자들 중 아무리 봐도 아주 예쁘지는 않지만 멋진 여자들이 간혹 존재한다.


그런데 그런 여자들은 언제나 멋진 매력을 풍기게 된다.

 

'멋지다'는 '예쁘다'를 포함하지만 '예쁘다' 보다는 정신적인 요소를 수반한다.

어떤 사람은 항상 예쁘지만 늘 멋진건 아니다.

 

그러나 늘 '멋진' 사람이라고 항상 아름답지는 않다.

 

'아름답다'는 거의 쓰지 않는 말이다. '아름답다'는 아주 드물게 예술작품 속에서 발견한다.

 

어느 전시회에서 보았던 모네의 그림이 너무 아름다웠던 것처럼 ...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그래서 상상 속에 존재하는 '완벽한' '예쁨, 혹은 멋짐'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아름다운것은 매력적인 것의 최고 상위층에 해당하는 매력이기도 하다.

 

상상 속의 존재는 인간의 손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인간 그 자체가 되기는 어렵다.

 

또한 아름다움과 또 다른 차원으로 인간에겐 나름의 스타일이란게 존재한다,

 

 "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그런 줄 아는 것이 바로 스타일이다."

 

스타일이란 단어는 수입된 영어 가운데서도 가장 범용되고 있는 말이다.

 

대개 스타일이란 무의식으로 ' 패셔너블 '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스타일이란 이렇다고 말할 수 없는 그 사람의 '자질'을 말하는 것으로 상류사회 인간이라고 모두 스타일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니 그들의 거의 대부분은 스타일이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스타일이란 돈주고도 살 수 없다.

 

옥스퍼드 사전에는 스타일에 대하여 '대단히 뛰어난 자질'로 정의하나, 그 뜻은 추상적인 성격인 만큼 가진 사람은 가졌고 없는 사람은 없다. 그저 그뿐이다.

 

이러한 스타일이 오늘날만큼 결여된 시대도 드물다.

우선 남 위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인 지미 카터가 선거용으로 자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여론조사기관이나 이미지 메이커들의 조언에 매달리는 꼴이란, 참으로 스타일 부재현상을 상징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학이나 PR 활동의 전문가들이 이토록 자주 불려다니는 것도 자기 내부에 신념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즉 스타일이 없다는 뜻이다. 스타일이란 겉발림과는 반대다. 강한 신념이다.

 

줄 담배에 술꾼에 심술쟁이로 유명했던 윈스턴 처칠 영국 전 수상은 본 바탕은 천한 남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력과 강한 신념이 그를 확고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었다.

 

요즘에는 스타일을 가진 정치가가 거의 전무하다.

 

그나마 스타일이 좀 있었던 근래의 정치가는 존 F. 케네디 정도로 여겨질 정도다.

 

스타일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깊이 있는 인격이 저도 모르게 배어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어느새 주위 사람의 관심을 모여 든다는 점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대부분의 왕족도 스타일이 없다. 귀족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진짜가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진짜인 사람들은 누구든지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집안이 어떻다는 말도 아니고, 재산의 유무도 아니다.
개개인이 살아가는 스타일이야말로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스타일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시오노 나나미 『 남자들에게 』중에서 일부 발췌 - 

 

 

 


게리 쿠퍼냐, 카이사르냐

 

그가 좋아하는 남자란 한마디로 ‘스타일이 있는 남자’다.

 

스타일이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다. 강한 신념을 가리킨다. 깊이 있는 인격이 자신도 모르게 배어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남자다.

 

그는 ‘남자들에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나이, 성별, 사회적 지위, 경제상태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윤리, 상식 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

독자적이고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다. 참된 용기를 가진 자라고 해도 좋다

 

▲궁상스럽지 않은 사람.

육체적으로 멋있지 않아도 비참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면 곤란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인간성에 부드러운 눈을 돌릴 수 있는 사람.

속된 말로 인간적인 사람이 아니라, 진짜 휴머니스트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남자를 현실에서 만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시오노는 자신의 ‘이상향’을 지금은 세상에 없는 두 남자라고 말한다.

 

미국의 영화배우 게리 쿠퍼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다.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고 300년 후에 나타나 로마제국의 설계도를 만든 인물이다. 시오노는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란 책에서 자신이 아들에게 들려준 말을 그대로 소개한다.

 

“게리 쿠퍼와 카이사르에겐 많은 공통점이 있어. 비쩍 마른 몸에 키가 크고 볼에는 세로로 주름이 잡히고 꼿꼿한 자세에 몸놀림이 우아하고 유머도 있고 광신적인 점이 하나도 없어. 하지만 근본적인 점에서 달라. 쿠퍼는 ‘위대한 평범’을 가진 사람이지만 카이사르는 ‘위대한 비범’을 지닌 사람이야.

 

그런데 만약 이 두 사람이 엄마에게 프러포즈를 하면 어떻게 할까. 쿠퍼는 성실한 사람이니까 그의 프러포즈는 결혼을 의미하고 평생 평온과 행복한 생활을 약속해줄 거야. 그런데 카이사르는 결혼을 정치적 계산으로 하고 게다가 플레이보이로도 유명한 사람이야. 그와는 두 달 정도가 고작일 거야.”

 

하지만 시오노는 “설령 두 달이라 해도 카이사르를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 카이사르는 지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지속하는 의지, 자기제어 라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다섯 가지를 다 갖췄다.

 

경제와 외교 등 여러 분야에 정통했고 귀족 출신이기에 오히려 혁신적일 수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철저한 엘리트였기에 오히려 현 체제를 부수는 데 저항감이 없었다.

 

배경이 좋은 사람은 거기서 나오는 여유로 창조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가 바람둥이에 낭비벽이 있다는 점도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그는 타인에게 자극을 준다, 내 개인적 의견으로는 권력은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하는 힘이다.”

 

시오노는 지적 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력, 자기제어 능력, 지속하는 의지를 지도자의 다섯 가지 덕목이라고 열거하면서 저서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에 이를 적시했다.

 

“민주정체에서 지도자로 산다는 것은 가느다란 로프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변하기 쉬운 민중의 마음을 능숙하게 지배하기 위해 ‘지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스스로를 제어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관철하는 강한 의지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

 

지도자의 지적 능력이란 학문을 통해 얻어진 지식과는 별개다.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의 문제해결 능력이다. 선견지명도 거기에 포함된다.”

 

‘설득력’의 미덕 편에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예로 들고 있다.

 

“그는 말보다는 행동이 강한 사람이었다. 위험한 지역에 스스로 나아가서 싸웠고, 물이 없어 병사가 괴로울 때는 자신도 물을 마시지 않고 함께 괴로워했다. 그래서 그의 부하들은 멀리 인도까지 함께 갔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에게 심취하는 것은 그의 행동을 가까이서 보고 있는 사람에게만 한정된다. 행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시 수많은 인간을 움직이려면 말로 설득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육체적 내구력’이란 것도 체력이 강하다거나 운동능력이 높다는 얘기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통치하느냐는 것이라는 게 시오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병약했으나 자신의 육체가 약하다는 것을 숙지하고 있었기에 결코 무리하지 않아 77세까지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게 하라

 

시오노는 작가 이전에 어머니다. 그의 저작들에는 간간이 교육 문제가 언급되는데, 이는 어머니의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아들은 이탈리아인과 일본인의 혼혈이지만, 이탈리아인으로 자랐다. 그는 아들을 세계 어디에서나 살아갈 수 있는 남자로 키우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일은 외국어 습득능력을 키우는 일이었다. 우선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철저히 배우게 했다. 그 다음에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를 배우게 했다.

 

“아무리 외국어를 공부해도 모국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외국어는 하나의 도구다. 실제로 외국인이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 나라 말을 줄줄 지껄이는 사람이 아니라, 말은 서툴러도 무언가 전달할 것이 있는 사람 쪽이다.”

 

중요한 것은 말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전달하는가, 즉 메시지라는 것이다.

 

자녀교육에서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매사를 철저히 ‘자기 머리’로 생각하도록 하는 훈련이다. 그는 아들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하는 질문을 던지도록 마음을 썼다고 한다. 자식과 무조건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행동을 같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너한테는 너의 관심사가 있을 테고, 엄마한테는 엄마의 관심사가 있으니까” 하는 식으로 늘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표현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녀교육과 관련된 그의 몇 가지 언급을 살펴보자.

 

“나는 다시 태어나면 전업주부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싶을 정도로 여자가 프로로 살아가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우량기업에 들어갔다고 걱정할 게 없는 시대가 아니다.

 

자신을 억제하는 것, 즉 자제하는 게 필요하고, 그것을 인생의 출발점에서 배우는 게 어머니와의 관계다. 난폭한 말대꾸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어머니한테 버릇없이 말대꾸를 하면 다른 사람한테도 거리낌이 없어진다. 어머니라면 아들의 폭언을 참아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참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들의 버릇없는 짓을 절대로 참아주지 않는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을 위해서다.”

 

“우리가 교육 논의를 할 때 빠뜨리곤 하는 것이 가정교육이다. 한참 전 일이지만 모 총리가 일본에 와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때 내 대답은 ‘이탈리아에 있는 아들이 고교생이라 혼자 둘 수 없다’는 거였다. 나는 아들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살 수 있게 키우겠다고 늘 다짐했다. 혼혈이니까 더욱 그랬다. 그래서 방학 때면 한 달씩 영국에 보내 영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에 갈 때는 미국 대학으로 갈지, 유럽 대학으로 갈지 스스로 선택하게 했더니 본인이 유럽을 택했다.

 

아들을 독립시키는 조건은 매주 한 번 반드시 식사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약간의 응석도 허락한다. 세탁물은 가져와도 좋다고(웃음). 아이들에게 최초로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은 어머니의 애정이고, 자식은 어머니의 밥상머리에서도 자란다.”

 

“교육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름이 붙은 위원회 등에서 자문해 올 때마다 나는 ‘교육에 대해 배우려거든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를 보라’고 말한다. 어떤 동물이든 부모는 자식이 독립할 때까지는 성심성의껏 돌보고 키워주지만, 목표는 자식의 홀로서기다.

 

인간 세계도 마찬가지다. 부모건 학교건 빨리 잘 키워서 떠나보낼 생각을 해야 한다. 연인이나 부부, 기업은 어떻게 잘 잡아놓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겠지만(웃음)…. 요즘은 이런 각자의 역할을 마구 헷갈리는 듯하다. 학교나 부모가 학생을 잡아놓으려 하고 기업이 인재를 떠나보내려 하니 이건 기본이 잘못된 것이다.”

 


. 제행무상 성자필쇠(諸行無常 盛者必衰)

 

역사를 안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한계를 안다는 것인지 모른다.

 

차가운 현실인식을 무기로 냉정한 글쓰기를 해온 그이지만 ‘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란 책 말미에는 혼자 사는 그의 쓸쓸함과 치열한 작가정신이 함께 보인다.

 

“요즘 나는 오후가 되면 조깅 슈즈를 신고 로마 거리로 나선다. 조깅이 목적이 아니라 지도를 한 손에 들고 현대의 로마를 걸으면서 고대의 로마 거리를 머릿속에 재현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우연히 일본인 노부부를 만났다. …

 

내가 가르쳐준 길을 찾아 멀어져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부러웠다.

 

저런 행복도 맛보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가 생각하니 어딘가에 소중한 것을 버려두고 온 듯한 슬픈 기분이 들었다.

 

다만 멀어지는 노부부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고 뒤를 따라가다가 내 눈의 초점은 점점 넓어져갔다. 노부부도 다른 관광객도 현대 로마의 사람들도 모두 사라지고 그 대신에 하얀 장의(長衣) 또는 형형색색의 단의를 걸치고 회당과 신전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2000년 전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명(天命)을 안다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불가능이 무엇인지 안다는 뜻이 아닐까.”

 

그는 ‘로마인 이야기’ 마지막 권에서 ‘제행무상 성자필쇠(諸行無常 盛者必衰)’, 즉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고 흥한 것은 언젠가 반드시 쇠한다는 말을 썼다.

 

한때 국가나 조직, 개인을 흥하게 만든 요소가 언젠가는 실패의 원인이 된다는 그의 말은 사는 일의 엄정함을 느끼게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의 성공요소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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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가 이상향의 지도자로 꼽은 '율리우스 카이사르'

http://blog.naver.com/spartacus2/80021829297

 

2010년 8월 23일 월요일

한길사 김언호 '로마인이야기' 출판을 결심한 인터뷰

. 나는 왜 <로마인 이야기> 출판을 결심했나

- 김언호 한길사 대표 로마인 이야기 저자와의 인터뷰

 

 

▲ 기자회견장에서의 시오노 나나미(좌)와 김언호 한길사 대표(우) / ⓒ 한길사

 

숱한 제 나라의 많은 문인 중에 왜?

일본인 이었을까 ... ???

 

일본인 시오노 나나미 씨가 어느 계기로

일년의 반은 자료 수집과 탐독으로,

나머지 일년의 반은 집필로 ...

장장 15년에 걸쳐

로마인 이야기 란 책을 쓰게 되었느냐

나는 이게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그리고 다시 일본보다 더 많이 팔려나간 " 로마인 이야기 " 를 구독한

백성이 바로 한국인이었다.

 

나는 그런 맥락에서

한국인 중 문재가 뛰어난 젊은 어느 여성이

필생에 걸쳐 집필한  

" 일본인 이야기 " 란 대작이 나오길

문득 희구해 본다.

 

커피 65도에 주사한

이 염원이 부디 현시되기를 ...

 

" 위기는 비단 로마시대에 국한된 게 아닙니다. 어느 나라, 어느 사람에게나 나타나기 마련이예요. 문제는 위기에서 어떻게 탈출하느냐입니다. 탈출에 실패하면 주저앉을 수밖에 없어요. 한국과 일본이 당면한 위기도 그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시오노는 한국과 일본은 저력으로 볼 때 현 위기에서 반드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시오노 나나미씨는 왕성한 집필자로서뿐 아니라 축구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축구 자체보다 축구를 하는 인간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축구경기를 단순한 스포츠라기보다 휴먼 다큐멘터리로 본다는 말도 곁들였다.

 

" 축구강국인 이탈리아에서 살다보면 자연히 축구를 좋아하게 돼요. 정밀한 작전을 펴 승리하는 모습은 권모술수로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 지도자들의 그것을 닮았습니다. 지도자가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가듯이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팀의 승리에 주도적 역할을 합니다. "

 

시오노는 " 권력을 놓치면 버려지는 게 지도자의 운명이나 이들의 역사적 공헌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면서 "역사적 약자보다 강자에서 매력을 찾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권력자 자체보다 유능한 그의 리더십"이라고 밝혔다.

 

시오노는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 누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로마의 지도자 카이사르 시이저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를 꼽았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시이저의 경우 이 시대 어느 나라를 통치해도 될만한 거물이라면서 "그러나 강한 정치를 하는 만큼 적도 많아 말로가 비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시오노는 1963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시대사를 중심으로 집필활동을 해오고 있다.

 

 

"나는 나의 <로마인 이야기>를 쓰고 있다"

 

저자가 자기 작품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해설'과 '주장'을 많이 하는 것도 독자의 해석 역량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독자는 자기 나름대로 읽고 해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자기는 쓰지만 읽는 것은 독자라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 제1권 '독자 여러분께'에서 선생은 "자, 그럼 나는 쓰기 시작할 테니, 여러분은 읽기 시작하세요"라고 쓰고 있다. 시오노는 일관되게 '서술'할 뿐이지 '평가'하고 '주장'하거나 '강요'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제15권의 '책 끝에'에서 그는 말하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이 로마인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썼다. 다 쓰고 난 지금은 진심으로 '로마인을 알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독자들도 다 읽고 나서 '알겠다'고 생각해준다면, 나에게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책이란 저자가 쓰고, 출판사가 만들고, 그것을 독자가 읽어야만 비로소 성립되는 매체지만, 이 삼자를 연결하는 붉은 선이 바로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니까."

 

선생은 늘 말하고 있다. "나는 나의 <로마인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몸젠의 로마사가 있고 기번의 로마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사를 쓴다는 것이었다.

 

시오노 선생은 1996년에 로마에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로마인처럼 살면서 <로마인 이야기>를 쓰고 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아들과 식사준비를 하고 8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 집필한다. 점심 후에 한두 시간 다시 일한다. 오후 4시엔 반드시 하루 일을 끝낸다. 나는 로마 사람들처럼 하루 5시간 정도 일한다."

 

선생은 다시 말했다. "나의 책상에는 스탠드가 없다. 나는 나 스스로 부지런하다고 생각한다." 로마로 선생을 방문해 만날 때는 늘 오후 4시 같은 호텔에서였는데, 이는 그가 4시에 일을 끝내기 때문이다. 집도 프라자 호텔과 아주 가깝다. <로마인 이야기>를 쓸 때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때 <로마인 이야기> 제5권인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편을 집필하고 있었는데, "카이사르를 끝내고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했다. "독자들은 내가 얼마나 카이사르를 좋아하는지를 곧 알게 될 것이다." 첫 방한 때 <로마인 이야기>를 쓰면서부터는 비행기 타기가 주저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역사를 쓰는 것은 역사와 맹렬히 투쟁하는 것 같다"고 했지만, 선생은 그만큼 혼신을 다해, 긍지를 가지고 <로마인 이야기>의 집필에 나서고 있었다. 또 역사를 일부러 왜곡시키기란 정말 어렵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로마인 이야기>는 200자 원고지로 2만3000매 정도의 분량이다. "나는 만년필주의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장대한 원고를 만년필로 써냈다. 선생의 서재 책상 위에는 만년필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일본 사람이 쓰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1970년대 이후 책을 만들면서, 나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적 권위주의를 숱하게 경험했다. 책에 대한 흑백논리이기도 하다. '이런 책은 된다, 저런 책은 안 된다'는 식이다.

 

나는 출판인들과 함께 권위주의적인 출판관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일에 나서기도 했는데, 이런 책이면 어떻고 저런 책이면 어떠냐는 열린 자세를 견지하고 싶다. 이런 책 저런 책, 이런 이론 저런 이론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또 다른 창조적인 이론과 사상, 더 새로운 콘텐츠를 담아내는 책의 문화가 창출되는 것이다.

 

아주 초기의 일이지만, 일본 사람이 쓰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목소리 높이는 '지식인'도 있었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평가하는 경우를 보고 우리는 역자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안타까워한 적도 있다.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걸 해결·해석하려는 발상이야말로 후진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시오노 나나미'와 <로마인 이야기>가 우리사회와 한국인에게 제시한 메시지 또는 문제의식은 여러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겠지만, 책을 만드는 현장에서 체득하게 되는 몇 가지를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열린 세계관 또는 열어놓고 사는 삶이다. 고대 로마 문명이 실험하고 성취해낸 '개방주의'야말로 오늘 우리 국가사회와 한국인 공동체가 취하고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과 자세라고 할 것이다. 세계를 향해 스스로를 열어놓는 '용기'야말로 이 글로벌 시대에 확보해야 할 전략적 덕목이다.

 

세계와 더불어 사는 자세, 이웃과 함께 걸어감이 우리 자신을 더욱 키울 것이다. 시오노가 '연인'으로 삼고 있는 카이사르는 집권하자마자 로마를 둘러싸고 있던 성곽을 허물어버리는 용기와 결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로마는 뒷날 성곽을 다시 구축하는데, 로마의 진면목인 개방주의에 반하는 그 성곽의 구축으로 로마는 쇠망하기 시작했다고 시오노는 보는 것이다.

 

시오노는 바로 이런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우리 국가사회가 90년대부터 글로벌 시대로 본격 진입하지만, 국제화시대·개방화시대는 문명의 명백한 대세이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국가사회적 정책의 구현과 실천이 한국인에게 요구된다 할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의 절실한 과제가 '진정한 리더십'의 확립이라면, <로마인 이야기> 전권을 통해서 우리는 그걸 구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시오노는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다섯 가지 자질로서 지성·설득력·지구력·자제력·지속적 의지를 들고 있지만, '사적 리더십'이 아니라 '공적 리더십'이란 개념을 나의 '독후감'으로 말하고 싶다.

 

고대 로마의 지도자들은 사복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기보다 공공의 이익과 연관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개인적 축재보다는 관용정신으로 국민들이 더불어 누리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도자들이 로마를 이끌었다는 사실을 시오노는 계속 강조하고 있다.

 

로마의 초석을 닦은 카이사르의 탁월한 모습이란 무엇일까. 카이사르는 자기의 정적 편에서 자기와 싸웠던 군인들에게 과감하게 자유를 허용했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다.

 

. 로마인과 카이사르가 한국에 던지는 화두는 ...

 

<로마인 이야기>가 던진 또 하나의 화두는 ' 노블레스 오블리주 '와 ‘ 인프라 정신 ’이다.

 

가진 자들의 책무, 힘 있는 자들의 봉사와 헌신 문제가 지금 우리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분명 <로마인 이야기>가 던진 사회적 어젠다라고 할 것이다.

 

시오노는 <로마인 이야기> 제1권을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고, 제10권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 개인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기반시설과 제도라는 인프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로마 또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2천 년, 2천5백 년 전에 닦고 세운 그 길과 다리 위로 오늘도 차와 사람이 다니고 있음에 크게 놀란다.

 

고대 로마인들의 인프라 정신이야말로 오늘 이 땅의 지도자들과 공인들이 갖추어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 또는 인프라 구축 정신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는 로마인들의 개방성·실용성·보편성의 산물이자 그 덕목들을 떠받드는 기반이 된다.

 

나는 로마를 여행하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기원전 312년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라는 지도자가 건설했다는 '아피아 가도'를 걸어본 적이 있다.

 

물론 로마인들의 인프라 정신은 도로·수도와 같은 하드 인프라뿐만 아니라 의료와 교육과 같은 소프트 인프라를 아울러 구현했다. 로마의 지도자들은 피라미드나 베르사유 궁전 같은 걸 짓지 않는 대신 공중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건물을 지었다고 도쿄 기자회견에서 시오노 선생은 다시 강조했다. 공생(共生)의 세계를 그들은 구현한 것이었다. 이 공생의 철학을, 가진 자들이 앞장서서 구현하는 것이었다.

 

. 독자와  생각을 공유하는 스킨십 운동

 

1993년 이후 <로마인 이야기> 만들기는 동시대인들과 '더불어' 진행되어왔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쓰고 우리는 책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공급했다. <로마인 이야기>를 만들면서 참으로 많은 독자들의 반응과 교감하고 있다. 지금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로마로 가고 있다는 독자들도 있었다. 뻔히 알면서도 하반기쯤부터 다음 책이 언제 나오느냐고 성원하는 독자들의 전화가 잇따랐다.

 

독자와 생각을 주고받고 '공유'하는 일이란 출판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책을 매개로 이렇게 많은 동시대인들이 정신적 스킨십을 할 수 있는 '독서현상'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경이로워하기도 한다.

 

저 80년대 중·후반에 나와 우리 출판사는 저자·독자들과 더불어 역사강좌·사회과학강좌·역사기행·독자수련회 등 일련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한 시대의 정신과 사상을 깊이 탐구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정신적 스킨십운동을 펼친 바 있지만, <로마인 이야기>를 매개로 우리는 또 하나의 지적 연대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독후감 경연대회를 열어 젊은 독자들이 책을 읽고 로마 역사현장을 답사하는 행사들을 진행시키고 있다. 학생들의 독서와 현장 체험은 시오노 선생과 당초에 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인간개발연구원과 매일경제신문사와 손잡고 세미나와 강좌를 기획하기도 했다. 여러 언론들이 '특집'으로 시오노와 <로마인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지적·이론적 어젠다를 제시했다. 완간을 맞아 또 다른 보다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생각 중이다.

 

시오노의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재미있는 또 하나의 풍경을 나는 환기시키고 싶다. 이를테면 어떤 국가사회적 현상과 이념에 대한 시각의 방향 또는 호오가 심하게 충돌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사회적 이슈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관용적 자세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의식 또한 극단적으로 갈등한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른바 보수든 진보든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민운동의 지도자든 기업의 CEO든, 정치인이든 종교계 인사든, 남자든 여자든, 젊은이든 연장자든,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교훈을 아울러 얻을 수 있다고 동의를 넘어 일치하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선물하고,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권독하고 있다.

 

사람들은 21세기 이 글로벌 시대에 <로마인 이야기>는, 한반도라는 이 작은 국토영역에서, 짧은 시간에 압축성장을 통해 아시아의 주요 국가로 등장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많다는 교훈적 독후감을 내놓고 있다. 특히 다섯 번 열 번씩 반복해서 읽은 '마니아 독자'들이 많다는 것도 <로마인 이야기>를 둘러싼 '독서현상·독서풍경'이다.

 

어렵게 성취해낸 성장과 발전을 지속시키는 과제가 사실은 더욱 주요하다. 많은 연구자들이 로마의 패망과 쇠망에 주목하고 있지만, 향후 10년·20년 후, 100년·200년 후 우리 국가사회의 존재력과 경쟁력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그 광대한 제국이 무너져 내리는 슬픈 역사의 노을을 시오노 나나미는 그려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성자필쇠'라는 역사의 운명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낼 것인가 말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오늘 <로마인 이야기>를 넘어서서 우리들에게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14년 만에 끝낸 한 출판인으로서 나는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의 현실과 운명을 로마인의 그것과 병치시켜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세계관 또는 생각의 선 자리를 넘어서서 <로마인 이야기>가 제시하는 국가사회적 어젠다 또는 삶에의 메시지에 동의하고 있음에 나는 또한 고무되고 있다.

 

▲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15권 / ⓒ 한길사

 

"나는 물론 현실주의자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는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을 개혁하려는 현실주의자다."

 

시오노 나나미 선생은 지난 1995년 봄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너무 현실주의적이지 않은가"라는 한 연구자의 질문에 그렇게 말했다.

 

'현실주의자 시오노 나나미'를 내가 처음 만난 것은 1994년 4월 2일이었다. 이탈리아 로마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는 고색창연한 프라자 호텔 로비에서였다. 한국의 출판 사정을 일본에 소개하는 나의 일본 친구, 출판평론가 다테노 아키라씨와 함께였다. 오후 4시에 만나자고 약속이 되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었을 때 시오노 선생은 그의 책 출판에 관한 모든 걸 한길사에 맡기겠다고 동의했다.

 

. '시오노 나나미' 저자와의 첫 만남

 

@BRI@<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해 <바다의 도시 이야기>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등 시오노 선생의 저작을 검토한 것은 1993년 가을부터였는데, 당초에 시오노 선생은 한국어판 번역출판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가 막 시작되어,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2년에 시작한 <로마인 이야기>를 1년에 한 권씩 집필해 2006년에 끝내겠다고 공언해놓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저자로서는 사실 다른 문제에는 관심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 우리의 뜻을 전했을 때 시오노 선생은 <로마인 이야기>를 끝내고 보자 했다. 그러나 나는 한길사가 그동안 출판했던 책들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일단 직접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다 했다.

 

그렇게 해서 그 봄날 하오에 나는 시오노 나나미 선생을 직접 대면하게 되었는데, 나에게 "왜 내 책을 내려고 하나요"라고 물었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출판사는 선생의 책들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습니다. 또한 선생의 책들을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스테디셀러'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날 시오노 선생과의 만남은 정확하게 두 시간 만에 끝났다. 시오노 선생을 배웅하고 나는 다테노씨의 손을 잡고 말했다. "한번 해 봅시다." 6개월 이상 끌었던 '교섭'이 이윽고 끝난 것이다.

 

 

. 나는 왜 <로마인이야기> 출판을 결심했나

 

내가 말한 '젊은 독자' 또는 '스테디셀러'라는 개념은 딱히 선생의 책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책 만드는 지향의 한 기저라고도 할 수 있다.

 

'젊은 독자'란 신체적인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사상적 이미지를 함의하는 것이고, '스테디셀러'란 일시적으로 읽히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읽히면서 기억되고 논의되는 그런 주제와 콘텐츠를 말할 것이다. '한 권의 책'으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관이 형성될 것이고, 그 세계관으로 그 시대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될 것이다.

 

1970년대부터 책 만드는 일을 해온 나와 한길사는 1980년대의 치열한 민족주의적이고 사회과학적인 인식과 실천의 시대를 넘어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현상과 과제를 안게 된다. 세계화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우리 국가사회가 들어서게 되었고, 이 전환기에 우리는 새로운 책의 세계를 모색해야 했다. 세계의 현실이 격변하고 시대와 사상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전하면서 나와 우리 출판사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었다.

 

시오노 나나미 또는 <로마인 이야기> 등은 새롭게 달라지는 세계와 삶의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저자와 책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96년부터 우리가 펴내는 '한길그레이트북스'와 같은, 일련의 인문학적 고전들의 재발견·재해석이라는 기획과 더불어 우리가 추구하는 책의 또 다른 보편주의적 지향이었다. 70년대와 80년대의 치열한 운동과 민주화의 일정한 성취 이후에 급속하게 진전되는 세계화는, 출판인에게는 당연히 새로운 삶의 이론적 틀을 제시해야 할 과제가 주어지는 것이었다.

 

처음에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기획할 때 주변의 많은 지식인들은 부정적이었다. 과연 읽히겠느냐는 것이었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독자들 50명에게 원고를 미리 읽게 하여 토론해보는 이른바 '시독회'라는 것을 실험해보는 등 여러 '연출'을 통해서 책의 내용과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그렇게 거세게 일어날 줄은 우리 스스로도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고 예측할 수도 없었다. 한국에서 1995년부터 출판되기 시작한 <로마인 이야기>는 우리의 기대와 예측을 일거에 뛰어넘어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모티프가 되었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경이로운 독자들의 반응과 열독을 '시오노 현상'이라고 규정해보기도 했지만, 한국사회와 한국인들이 이미 <로마인 이야기> 등과 같은 책 또는 이론과 사상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권의 책'이란 한 시대 한 사회와 더불어, 그 시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 또는 의식의 반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시오노 나나미라는 탁월한 저술가의 글 솜씨, 순발력 있고 설득력 있는 기지와 관점이 뒷받침했을 것이다.

 

나는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한 선생의 책을 만들면서, 한길사가 70년대와 80년대에 펴낸 송건호 선생의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 리영희 선생의 <우상과 이성>, 박현채 선생의 <민족경제론>, 그리고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을 출판할 때와 비슷한 체험을 했다.

 

70~80년대의 그런 책들이 그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소망과 지향에 나름대로 호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저자들은 책을 쓰고 출판인과 출판사는 책을 만들지만, 그것을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존재하게 하는 데는 그 시대가 지향하는 시대정신이 그 책의 운명과 위상을 창출해내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  ⓒ 한길사 에서 나온 책들 ...

 


리영희, 박현채, 송건호,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

 

1993년 가을부터 검토가 시작되었으니까 <로마인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데는 햇수로 14년이 걸린 셈이다.

 

 저자가 15권을 1년에 한 권씩 집필해 그렇기도 하지만 우리가 펴낸 책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 걸린 기획이 되었다. 한 시대에 걸쳐서 진전되는 '책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로마인 이야기>를 만들면서 정말 많은 걸 '학습'하고 '실험'해보고 '각성'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나는 시오노 나나미라는 걸출한 저자와 만나고 토론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한 프로 저술가의 빛나는 성찰과 경이로운 언설이 책 만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의 다른 책들도 그러하지만, 1년에 한 권씩 만들어내는 <로마인 이야기>는 연례 축제였다. 새 책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과 더불어 새 책의 내용과 전개에 우리 자신들도 한껏 고양되었다.

 

1994년 로마에서의 첫 만남 이후 나는 시오노 선생을 여덟 차례 만났다. 그때마다 선생은 신선한 화두를 던졌고, 우리들의 지적 호기심을 흔들어놓았다.

 

95년 봄 첫 방한 때였다. 중앙청 청사로 사용되던 일제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기 직전이었는데, 한 기자가 "저 총독부 건물의 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 "당연히 헐어야 한다. 그러나 50년 전에 허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1997년 가을에 로마에 갔을 때 내가 물었다.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와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팍스 아메리카나? 그런 말이 어떻게 성립하나. 미국은 자기주장만 하는 나라다. 진정한 세계평화를 미국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2006년 12월 총 15권의 집필을 끝낸 후 도쿄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같은 질문을 다시 했다. 시오노 선생은 역시 같은 답변을 했다.

 

시대와 상황이 달라지면 삶도 당연히 달라질 것이다.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만나면서 학생운동에 열심이던 그가 스스로 달라졌다고 했지만, 학생운동에 열심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달라질 수 있었고, 학생운동을 하지 못했던 사람이 보지 못하던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연구와 성찰적 여정은 그의 경험을 더욱 현실적이고 창조적인 것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선생을 만날 때마다 '정말 프로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95년 방한 때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간지 기자들과 주간지·월간지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옷을 바꿔 입고 나타났다. 일간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주간지·월간지도 볼 텐데, 똑같은 옷을 입은 사진이 여기저기 실린다면, 그건 독자를 배려하는 저자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책 만드는 일은 즐겁다!


 

▲ <한길사> 김언호 대표 / ⓒ 한길사


시오노 나나미 선생과 <로마인 이야기>, 그리고 그의 일련의 책들을 존재하게 하는 데 참여한 일단의 지적 일꾼들의 존재를 나는 환기시키고 싶다. <로마인 이야기> 등을 번역한 김석희 선생과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번역한 오정환 선생,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번역한 정도영 선생이 있다.

 

시오노 선생의 책을 놓고 오정환·김석희 선생과 검토하는 작업에 같이 참여한 정도영 선생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홉스봄의 <자본의 시대>와 슘페터의 <10대 경제학자>를 번역한 정도영 선생은 언론계의 대선배로서 대단한 독서인이었다. 이밖에 에세이집 <남자들에게>를 번역한 이현진씨와 '전쟁 3부작'을 번역한 최은석씨,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를 번역한 양억관씨와 <이탈리아에서 보낸 편지>를 번역한 백은실씨가 있다.

 

그리고 시오노 선생과 만나는 현장에 늘 나와 함께했던 다테노씨가 있다. 다테노씨는 '한길사 도쿄특파원'으로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책을 위해 구체적으로 일한 편집자들도 있다. 그들도 여럿 바뀌었다. 14년이란 세월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조건도 바꿔놓았다.

 

우리는 2월 13일에 '출판기념' 파티를 열기로 했다. 책을 번역한 사람들과 만든 사람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급해준 사람들과 책을 소개해준 언론인들과 더불어, 또 우리들 행사에 참여한 독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시대를 뒤흔들어놓은 아름다운 책을 축하하기로 했다.

 

<로마인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등 시오노 선생의 많은 책들과 함께 했던 14년을 추억해보고, 한 시대 한 사회에서 책과 출판문화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모여서 한번 즐겁게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시오노 선생이 다시 한국에 오게 되면 나는 이 모임을 다시 한 번 조직하고 싶다.

 

책 만드는 일은 즐겁고, 책 만드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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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길사
http://www.hangilsa.co.kr/company/introduction.php?leftMenu=1

 

. 한길사 블로그
http://hangilsa.tistory.com/category

 

. 로마인 이야기 번역자 김석희 씨 인터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262&aid=0000000442

 

. 융합·상생시대 함께 열려면... / 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
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0922067755&cDateYear=2010&cDateMonth=08&cDateDay=15

 

. 시오노 나나미 “천년로마 비결은 공존의 지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12171821161&code=960205

 

. 1억명의 시오노 나나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13/2010081302598.html

 

. ‘로마’를 빌려 말한 일본 정치 현실 ... /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47617.html

 

. 시오노 나나미 위키 백과 사전
http://ko.wikipedia.org/wiki/%EC%8B%9C%EC%98%A4%EB%85%B8_%EB%82%98%EB%82%98%EB%AF%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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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남, 이상 시인을 도마위에 올려놓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28599.html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22511&CMPT_CD=A0276

 

 

. 고영민 시인의 시 쓰는 방법 / 커피 65도씨

http://seoultour.textcube.com/362

 

 

 

 

2010년 7월 18일 일요일

. 고영민 시인의 시(poet) 쓰는 방법

시인이란?

 

시인이란 바로 시혼의 세계에서 특수한 영매 줄로 연결되어,

우주가 전하려는 빛나는 우주 파워와 에너지를 안테나로 수신한

흔치 않은 혼의 전달자이다.

 

시혼은 언제나 고정된 시인의 것이 아니며, 일정한 기간이 되면 전혀 시와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다가 오기도 하며, 또한 시혼은 영매한 시인의 곁을 속절없이 떠나 어느땐 몇년 아니면 영원히 떠나기도 하며, 그 영매자를 통해 남긴 시편은 몇천년이 지나 빛을 발하기도 하고, 어느 땐 발표한 그 순간 소멸하기도 한다.

 

아래 고영민 시인의 시 쓰는 방법에 관련된 장문의 글은 참 의미심장한 글이다.

 

여러가지 꼬옥~ 시 쓰는 방법론만이 아닌, 인생사  모든 만물의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활력과 요점이 다 깃들어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해 보라면

고영민 시인 그 자신의 시편 작품을 줄다리기처럼 올려 놓을게 아니라,

좀더 인증된 타인의 시편을 인용하는 편이 더 나을 뻔 했다.

 

시란 ?

일단 첫 줄을 읽어도 독자가

똥꼬가 쫘악 말려져 올라가듯

그 시편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긴장감이 감돌아야 한다.

 

 

그게 고도의 시다.

 

나열하듯 서술하듯 쓰는 시는

시인이 쓰는 시편이 아니다.

 

말이 많치 않아도 된다.

 

단 한줄이라도 ...

 

읽는 독자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얻게 하고,

한 순간으로부터 영원에 이르기 까지,

손바닥 안에서부터

그 시편 한 줄 속에 ...

우주 전체 모든것이

다 녹아져 있어야 할 ... 그런 통찰미가 암장되어져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고영민 시인의 시는

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시의 여백을 생략하고

아래 인용할 것이다.

 


1. 자기의 핵심역량을 찾아라 !

 

- 누구나 가장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걸 찾으면 됩니다. 남을 따라하면 절대 최선을 다해도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가장 잘 하는, 잘 쓸 수 있는 것이 뭔지를 찾아야 합니다. 자기와 맞는 글쓰기를 찾으세요! 거북이와 토끼가 경주를 합니다. 산에서 경주를 하면 백이면 백, 토끼가 이깁니다. 거북이가 이기는 방법은 바다에서 경주를 하는 것입니다. 내가 토끼인지, 거북이인지 먼저 판단을 해야 합니다. 바다로 갈지 산으로 갈지 판단해야 합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세요! 그걸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앵두 / 고영민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일구는 저 길을 쒱, 하고 가로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는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간간, 브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2. 차별화 해라

 

- <시창작 1>에서 자신의 핵심역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토끼인지, 거북이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여, 내가 거북이라고 판단을 해서 바다로 갔습니다. 그런데 바다에 갔더니 나 말고도 날고 기는 거북이들이 수두룩 한 것입니다.  

그럴때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저 역시 바다에 갔더니, 나와 비슷한 함민복 거북이, 이정록 거북이, 손택수 거북이, 문태준 거북이들이 먼저 장악을 하고 있더군요.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차별화입니다. 이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글쓰기의 승부를 거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차별화의 전략으로 위트, 해악, 쉽게 쓰기, 12남매의 가족사 등을 가지고 승부를 걸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그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여러분이 토끼라고 판단을 했다면 토끼가 있는 곳을 한번 가볼까요? 그곳엔 이미 황병승 토끼, 김행숙 토끼, 김민정 토끼, 강정 토끼 등이 이미 토끼 마을을 장악했군요! 당신이 만약 조금 늦게 토끼 마을에 갔다면 어떻게 차별화 시킬 예정입니까?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자~ 당신을 차별화 하시기 바랍니다!!

 

계란 한판 - 고영민 

 

대낮, 골방에 쳐박혀 시를 쓰다가 문 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 계란 …(짧은 침묵) 계란 한 판 …(긴 침묵) 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계란 …(침묵)…계란 한 판 이게 전부인데, 여백의 미가 장난이 아니다 계란, 한 번 치고 침묵하는 동안 듣는 이에게 쫑긋, 귀를 세우게 한다 다시 계란 한 판, 또 침묵 아주 무뚝뚝하게 계란 한 판이 삼천 원 이라 말하자마자 동시에 계란, 하고 친다 듣고 있으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귀를 잡아당긴다 저 소리, 마르고 닳도록 외치다 인이 박혀 생긴 생계의 운율 계란 한 판의 리듬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선다.   

 

3. 경험을 써라! 가장 절실한 것을 써라!

 

줄거리(서사)를 만들어라!

(공광규 시인의 시 작법과 동일)에서 한가지를 더 추가하면 '드라마틱'을 만들어라!

   
좋은 시에는 분명 드라마틱이 있다. 드라마틱을 만들기 위해서는 3미를 창출해야 한다. 3미란 바로 흥미, 의미, 재미이다. 드라마틱은 경험이고, 진실함이고, 줄거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흥미, 그리고 그 안에 의미를 집어넣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재미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흥미를 추구하면 소재주의에 빠진다 너무 의미만을 추구하면 잠언에 빠진다. 너무 재미만을 추구하면 꽁트가 된다. 이 상태를 얼마나 적절하게 간을 맞출 수 있는가가 시인의 관건이다.  

시를 잘 쓰는 사람은 대체로 간을 잘 맞춘다. 당신이 만약 음식 솜씨가 없고 간을 잘 못 맞춘다면 시쓰기를 일찍 포기하는 것이 좋다^^ 우리 딸이 귓속말로 하는 말 “엄마가 끓인 라면보다 아빠가 끓인 라면이 훨씬 맛있어요!” 결국 시도 간을 맞추는 것이다. 얼마나 면발을 꼬들꼬들하게 할 것인지!, 냄비에 물을 얼마만큼 넣을 것인지! 불의 세기를 얼마만큼으로 조절할 것인지!!  

퍼진 글을 내 놓는 것은 퍼진 라면을 독자에에 먹으라고 내놓은 라면가게 주인처럼 무책임한 것이다.

 

공손한 손 - 고영민  

 

추운 겨울 어느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4. 끊임없이 펌프질을 해라

 
펌프질을 안하고 반나절만 그냥 놔두면 펌프속의 물은 다시 땅속으로 잦아든다. 그럴 땐 한바가지 마중물을 붓고 다시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 한다. 처음엔 탁한 물이 나오다가 나중에 차고 맑은 물이 나오기 시작 한다.   시도 마찬가지이다. 펌프질을 안하면 뻔한 내용의 글을 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상이 떠오르면 계속 파고 들어가야 한다.   일전에 시창작 강의를 한번 한 적이 있다. 5팀으로 나뉘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해보았다. “당신에게 소포가 배달되었습니다. 도장을 찍지 않으면 배달된 소포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도장은 있고 인주가 없네요! 인주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3분 동안 최대한 써보시기 바랍니다”   3분 동안 대략 각 팀마다 30개 정도 인주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써냈다. 하여, 각 팀마다 처음 생각한 것 5가지를 불러보라고 했다.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물감, 피, 흙, 봉숭아꽃, 김칫국물....뭐 이런 식이었다.  

그럼 제일 끝에 나온 5가지를 불러보라고 했다. 대답이 가관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들이 나왔다.   제가 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처음 생각한 5가지는 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내가 생각한 것을 남도 똑같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뻔한 시가 된다는 말이다. 결국 시가 되는 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상상을 초월하는 가장 밑의 것을 끄집어 낼 때 가능한 것이다. 펌프질을 하면 처음엔 흙탕물이 나온다. 하지만 계속 펌프질을 하면 차고 맑은 물이 나온 것과 동일하다. 상투성을 벗는 것이 시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꽃눈이 번져 - 고영민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누군가 이 시간, 눈 빠알갛게 나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나를 흔들어 깨운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눈 부비고 일어나 차분히 옷 챙겨 입고 나도 잠깐, 어제의 그대에게 멀리 다니러간다는 생각이 든다 다녀올 동안의 설렘으로 잠 못 이루고 소식을 가져올 나를 위해 돌을 괸 채 뭉툭한 내가 나를 한없이 기다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순간, 비 쏟아지는 소리 깜박 잠이 들 때면 밤은 더 어둡고 깊어져 당신이 그제서야 무른 나를 순순히 놓아줬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도 지극한 잠속에 고이어 자박자박 숨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대에게 다녀간 내가 사뭇 간소하게 한 소식을 들고 와 눈 씻고 가만히 몸을 누이는 이 어두워 환한 밤에는    

 

5. 쓰고, 또 쓰고, 또 써라!

                                그 외에 어떤 방법이 없다.

   
나는 시인이 되는 게 꿈이 아니었고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시인이 되어 버렸다. 생각지도 않게 시인이 되어버렸을 때 나는 시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청맹과니였다. 어떤 것이 좋은 시인지도 어떤 것이 좋지 않은 시인지도 구분할 줄 모르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나는 공짜로, 눈먼 잉어가 걸린 격으로 시인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너무 무섭고 떨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친 듯이 쓰는 방법 밖에 없었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시가 될만한 것이 있을까 일어나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 사연을 소개한다. 지금 여기에 들어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은 당시의 나 보다 훨씬 시에 대해서 많이 알고 경험이 있으리라 본다. 그래서 용기를 갖고 자신에게 도전을 해보길 권한다. 누구나 가장 잘 쓸 수 있는 자기 만의 핵심역량을 갖고 있다. 그걸 찾아 쓰고, 또 쓰고 또 쓰길 바란다. 시가 당신에게 넙죽 절을 하며 찾아 올 것이다. 자신을 믿어라! 불안해도 믿어라!

 

<2006. 2월 문학사상 400호 기념특집- 문학사상과 나>  

 

  “안녕하세요? 문학사상사입니다.” “축하합니다.”  

 

봄날 오후 화장실에 가서 끙, 누런 뱀 한 마리를 풀어주고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으로 이런 연락이 왔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제 드디어 10년 가까이 써온 나의 소설이 대한민국 문단에 인정을 받게 되는구나, 순간 생각했다.

 

그렇잖아도 바로 전년, 나는 모 신춘문예 최종심과 <문학사상>의 소설 부문 본심에서 고배를 받아든 선례가 있었던지라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그 축하합니다, 라는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감회라는 것은 더더욱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래도 혹시, 하는 생각에 전화를 준 문학사상사의 여직원 분에게 이렇게 물었다.

 

  “소설입니까? 시입니까?”  

 

그러자 답변이 걸작이었다.  “소설도 내셨어요?”  

 

전화기를 내려놓은 다음 나는 기쁨보다는 시에 당선되었다는 당혹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 그해, 먼저 등단한 친구 윤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이건 정말 쾌거가 아닐 수 없다며, 학교 동기들의 인터넷 카페에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글을 올려놓았다.   “고영민 문학사상 신인상 당선(소설 아님. 진짜 시 부문이라고 함)”    

 

이렇게 하여 나는 <문학사상>과 인연을 맺고 소설가가 아닌 시인이 되어 버렸다. 마치 뭘 어떻게 첫날밤을 치러야 할지 모르는 꼬마 신랑을 신방에 밀어 넣고 불을 꺼버린 그런 형국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학교에도 소문이 퍼져 한동안 나를 가르치신 교수님들 사이에서 웃지 못 할 한 사건으로 회자되기도 했다고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몇 달 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소설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다짜고짜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임마”라며 드잡이에 꾸지람(?)까지 들어야 했다.    

 

 2002년 6월 <문학사상>은 나의 인생에 그렇게 일대 변혁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었다. 당시 나는 단편소설 2편과 시 12편을 문학사상사에 보냈다. 대학시절 소설과 시로 전공이 나눠지기 전까지 잠깐 끄적거려 보았던 시가 10년이 넘은 2002년 3월쯤 느닷없이 나에게 다시 찾아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걸 꼼꼼히 받아 적었고 소설 2편과 함께 동봉하기에 이르렀다.     “파블로 네루다가 시가 어느 날 길을 가는 자신을 불렀다고 말했듯이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찾아왔다.

 

그건 목소리도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고 침묵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잘 보이고, 나를 들어 올리고 통과하곤 했다. 그게 시라고 일러주었다”     당시 당선 소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 후, 나는 미친놈처럼 습작에 매달렸다. 시가 될 만한 것이라면 연주창 앓는 놈 갓끈이라도 핥아줄 듯 무작정 덤벼들었다. 남들처럼 습작 기간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시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짜 시인이 된지라 내가 나한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나무에 타이어를 매달아놓고 야구방망이질을 하듯 끝없이 써내는 일뿐이었다. 변변한 청탁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한 채 1년이 지나자 나는 여하튼 볼품없는 것들이지만 300편이 넘는 습작시를 써낼 수 있었다.

 

2년이 지나자 500편이 넘는 습작시가 나에게 남겨졌다. 그러자 조금씩 “아, 이게 야구구나! 이게 시구나!”라고 스스로에게 조금씩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 스윙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았고, 날아오는 공도 조금씩 커 보이고, 몸 쪽으로 오는 공은 당겨 치고,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은 툭, 밀어 치는 방법도 조금씩 터득이 되는 듯 했다. (후략)

 

깻대를 베는 시간 - 고영민

 

깻대는 이슬이 걷히기 전에 베는 법 잘 벼린 낫으로 비스듬히 스윽, 당겨 베는 법이라고 당신은 말했네 무정한 생각이 일기 전 밤이 다 가시기전, 명백한 낮빛이 다 오기 전 조금 애처롭게 슬픔의 자리를 옮겨놓듯 천천히 베는 법이라고 말했네   아침밥을 먹기 전의 시간 곤한 숨소리가 남아있어 세상이 아직은 순정해져 있을 때 쓸쓸하게 낫에 베이는 깻대여 하지만 이슬은 사라지고 마는 것 깻대를 베는 것은 어쩜 내 안에 와 있는 당신을 가르는 것과 같아서 가만히 와서 가만히 가는 것을 일부러 가르는 것과 같아서 터지는 슬픔 같은 것이어서   깻대는 마음 축축하게 베는 것이라고 당신은 말했네 이 밭에 첫 모를 옮길 때를 생각하며 그늘 속에 잠든 당신을 탁탁탁 두드려 털 때를 생각하며 싸락싸락 깨알이 바닥에 쏟아질 때를 생각하며 덜 아프게 덜 아프게 베는 법이라고 말했네   아침 햇살이 큰 수레를 끌고 와 비로소 한 계절 가만히 저물다간 것들을 옮겨 싣고 깻대를 베는 것은 여기 있는 나와 저만큼의 당신 같은 것이어서 베인 깻대를 묶어 밭가에 세워두는 일은 이슬이 걷히기 전, 꼭 그 때에 해야 하는 것이라 당신은 간곡히 말하고  

 

6. 대상을 새롭게 의미부여하라.

   
기존에 부여된 의미를 새로운 눈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나쁜 것을 좋은 쪽으로, 좋은 쪽을 나쁜 쪽으로, 아름다운 것을 추한 것으로, 추한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숭고한 것을 천박한 것으로, 금기시되는 것을 일상적인 것으로, 일상적인 것을 금기시 하는 것으로.....  

이러면서 시가 새롭게 환기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추한 것을 추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의미부여 하라. 그곳에 바로 시가 있다. 

  

 즐거운 소음 - 고영민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7. 시를 쓰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시를 쓰는 것은 집 짓는 것과 같다.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다. 하물며 개미도 집을 짓고, 까치도 집을 짓고, 벌레도 집을 짓는다. 사람이야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당연히 집을 잘 짓는다. 이 말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집을 짓는 순서를 모를 뿐이다.  

집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시에서 기둥은 바로 줄거리이다. 처음부터 고대광실을 지으려고 하지 말고 먼저 기둥부터 세워라. 기둥만 세우면 반은 집을 지은 것이다. 기둥만 세우면 비닐만 올려도 집이 되고, 양철만 올려도 집이 되고, 짚을 얹혀 놓아도 집이 된다. 먼저 기둥을 세워라. 기둥은 줄거리이다. 자기가 접한 대상에 줄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분꽃  

 

여름내 활짝 피었던 꽃이 가을이 되자 까만 씨앗으로 여물고 있다.

 

씨앗을 털어 이빨로 깨무니, 하얀 분가루가 나온다. 분칠을 하는 까만 어머니가 나온다. 어머니는 친척 결혼식이 있어 거울 앞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에 연신 분칠을 한다 아무리 분칠을 해도 희어지지 않는다      

 

일단 이렇게 써놓고 도배도 하고, 장식장도 놓고, 문고리도 달고, 창문도 달고, 장판도 깔고, 액자도 걸고 하면 된다. 참 쉽지 않은가?    

 


8. 시(poet)를 쓸 때는 문(Door,門)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해라
 

 

시도 집을 지을 때와 같이 문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독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문을 얼마나 크게 낼 것인지, 쪽문을 몇 개를 달 것인지.  
요즘 시는 문이 너무 작다. 하여 독자들이 쉽게 그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든다. 집이 아니라 일종의 감옥 같은 시들이 많다. 들어가도 나올 수도 없다. 시가 아니라 미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문을 많이 내는 것도 문제다. 이런 시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너무 적나라하고 필요이상의 바람이 들이쳐 집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   시는 집이라고 했다. 집은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풍경이다. 그러면서 밖이 안과 적절하게 내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 시에는 안방의 역할을 하는 부분, 대청마루의 역할을 하는 부분, 부엌, 헛간의 역할, 마당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이는 적절하게 시의 문을 닫아놓느냐 열어놓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를 쓸 때는 문을 어떻게 낼 것인지? 얼마의 크기로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숨의 기원 - 고영민  

 

1.   이불 밖으로 나온 딸아이의 다리를 슬며시 이불 속으로 넣어줍니다. 아이는 슬며시 눈을 떠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잠이 듭니다    

 

저렇게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할 수 없습니다,   잠결입니다     잠은 다시 딸아이의 눈을 감기고 가슴을 부풀려 숨을 고르고 세월을 만듭니다 숨소리는 영혼이 나갔다가 갈 곳이 없어 다시 제 집을 찾아오는 아득한 소리입니다 날숨은 어제 같고 들숨은 오늘 같습니다    

 

2.   팔을 뻗어 딸아이가 제 어미의 옷섶에 손을 찔러 넣습니다 아내가 잠결에 슬몃 눈을 뜨고는 벽에 기댄 채 무릎을 안고 있는 나에게 왜, 안자고 있어? 라고 물어보고는 다시 잠이 듭니다    

 

저렇게 묻는 것도 묻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할 수 없습니다,   잠결입니다     우리가 손을 내밀어 무언가를 가만히 그러쥘 때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그 안에 웅크리고 있을까요 무언가를 가만히 쥐고 싶어 부러 빈손을 한번 움켜쥐는 밤입니다 나는 등으로 전해오는 냉기와 이불 밖으로 잠깐 삐져나왔던 딸아이의 한쪽 다리와 작은 손에 쥐어진 아내의 따듯한 유방을 생각합니다  

 

3.   딸아이도, 아내도 숨이 깊어집니다 일순 겹치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합니다 아이의 숨은 짧고 아내의 숨은 더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발품입니다    

 

이제 앞강으로 물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들이 차갑게 알을 슬어놓고는 한 生을 전해주려 떠내려 올 시간입니다 방안은 온통 숨소리뿐입니다 나는 딸과 아내의 숨소리 사이로, 내 숨소리를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어디를 갔다 오는 곡절입니까,   기척입니까    

 

9. 가장 쉬운 시쓰기는 자기 얘기(추억, 기억)를 쓰면 된다.

 

그리고 자기만의 얘기는 남과 가장 차별화되는 얘기이기도 하다.

멀리서 시를 찾지 말고 자기안에서, 일상에서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과수원 - 고영민       

 

내가 하는 일은 농약이 바닥에 가라앉지 않도록 하루 종일 약통을 저어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중간에서 호스를 당겨주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1만평 과수원의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빠짐없이 농약을 쳤는데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햇빛에 앉아 막대기로 커다란 농약 통을 젓는 것이 여간 지루하고 심심한 일이 아니어서 나는 그 긴 막대기로 약통 안에 영어 스펠링도 쓰고, 씨발이라고도 쓰고, 보지라고도 쓰고, 막대기를 빠르게 휘저어 회오리를 만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양인순의 이름도 썼다가 지우기도 하고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한나절 사과나무에 약을 친 아버지가 물큰 농약냄새를 풍기며 내게 걸어와 마스크를 벗으며 하시는 말이, 너 하루 종일 약통에다 뭐라 썼는지 내 다 안다! 라며 내 머리통을 어루만지며 웃으시는데    

 

내가 저은 약통의 농약이 어머니가 당기던 길고 긴 호스를 타고 흘러 아버지가 들고 있는 분무기 노즐을 빠져나올 때 ~발씨발씨발, ~지보지보지 이렇게 나왔던 걸까, 아버지랑 어머니는 농약에 취해 회똘회똘 집으로 향하고 나는 국광처럼, 홍옥처럼, 아오리, 부사처럼 얼굴이 자꾸만 빨개졌다    

 

 

10. 대상의 고유한 특성을 잡아라.    

 

한 대상의 고유한 특징을 잡아 의미를 확장시켜 전혀 다른 대상으로 만들어라. 아래 시에서 갈대를 개꺼랑지로, 모루를 유듀로 만들듯

갈대가 흔들리는 것이 개꼬랑지가 사람을 반겨 흔들리는 것 같고, 머루는 애를 낳은 여자의 유두와 같지 않은가? 분홍빛 처녀의 유두와 달리, 검은 유두엔 일종의 한과 서글픔이 있다.  

이처럼 전혀 다른 대상으로 의미를 확장했으면 그걸 가지고 나만의 기억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라. 그러면 원 대상은 굳이 내가 상징을 부여하지 않아도 저절로 상징성을 갖게 된다.    
 

 

갈대 - 고영민  

 

어머니가 개밥을 들고 나오면 마당의 개들이 일제히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살랑살랑살랑  고개를 처박고 텁텁텁, 다투어 밥을 먹는 짐승의 소리가 마른 뿌리 쪽에서 들렸다 빈 그릇을 핥는 소리도 들려왔다   이 마른 들판 한가운데 서서 얼마나 허기졌다는 것인가, 나는   저 한가득 피어있는 흰 꼬리들은 뚝뚝, 침을 흘리며 무에 반가워 아무 든 것 없는 나에게 꼬리를 흔드는가 앞가슴을 떠밀며, 펄쩍 달려드는가      머루 - 고영민   새끼를 두 번 지우고 유두가 검어졌대지 유두가 검은 년은 남자 복이 없다는데, 봐라, 네 년도 나처럼 남자 복은 글렀네   넝쿨에 기대 앉아 눈 감고 생각하건대 한때 네 눈(目)이 생기던 그 곳을 머루라 하고, 아예, 캄캄한 네 이름을 머루라 하고   너도 나처럼 유두가 검고, 머루는 익고, 너는 새끼를 두 번 지우고 유두가 검어졌대지  

 

 

 11. 시를 받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시는 쓴다, 가 아니라 받아낸다, 는 말을 많이 한다. 시는 늘 온다. 길을 가다가도 오고, 잠결에도 오고, 밥을 먹을 때도 온다. 하지만 받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시는 오다가도 사라진다. 그렇기에 마음과 손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야구에서 투수가 직구를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공을 던졌는데, 평소에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가는 것과 매한가지이다. 생각과 손이 따로 노는 것이다.

 

시를 쓰는 경우도 똑같다. 내가 어떤 대상을 보고 쓰려고 했는데도 처음 생각한 것과 달리 이상하게 써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볼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계속 공을 던지는 연습을 통해 내가 직구를 던져야지 생각하면 손이 직구를 던질 수 있게, 커브를 던져야지 생각하면 손이 커브를, 슬라이더를 포크볼을 던질 수 있게끔 몸과 마음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좋은 시상이 떠올라도 공이 엉뚱한 곳으로 던져지듯 제대로 써낼 수가 없다.

 

포수가 새를 발견했다고 치자. 꿩을 잡기 위해서는 항상 총알이 장전이 되어 있어야 한다. 꿩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꿩을 발견하고, 어, 꿩이네! 생각하고 주머니에서 총알을 꺼내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면 그 사이 꿩은 시야에서 사라지게 마련이다. 꿩을 발견하면 바로 겨냥해서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시적인 상태로 먼저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내 시의 적은 나>    

 

 나는 시를 쓴다기보다는 받아낸다는 생각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확신을 갖고 있다. 나는 시를 수신하는 일종의 안테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를 받아낼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드느냐, 만들지 못하느냐에 따라 시를 쓰느냐, 쓰지 못하느냐가 결정된다. 마치 라디오나 TV의 수신 안테나의 주파수가 맞으면 음악이 들리거나 영상이 보이고,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칙칙”거리고 영상이 보이지 않은 것과 매한가지이다.   나는 우주의 어떤 영혼이 나를 택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 안테나, 즉 수신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 영혼은 나한테 머물 필요성을 잃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하여 나는, 나를 찾아온 고귀한 영혼들을 잘 모셔야 하며, 그 방법은 내 의식의 집을 소중히 다루고 망가뜨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가끔씩 어떤 영혼들로 인해 자신이 충만해 있는 것을 느낀다. 그 상태가 되면 시가 써지고, 그렇지 않으면 시가 써지지 않는다. 너무도 정확한 거래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어떤 거짓과 타락으로 마음이 망가져 시가 써지지 않을 때면 나는 몇날 며칠 반성을 하며, 시혼을 다시 부른다.    

 

주말연속극 - 고영민      

 

 팔순의 어머니 아버지 두 분만 사시는 고향집에 내려가니 그동안 그럭저럭 나오던 TV가 칙칙거리며 나오지 않는다. 늙은 어머니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고 늙은 아버지는 대문간을 지키고 젊은 나는 세워놓은 안테나를 동서남북 돌려보다 신통치 않아 아예, 통째로 뽑아들고 감나무 옆, 뒤란 시누대밭, 장독대 뒤 곁으로 왔다갔다한다.  

 

내가 대문간의 늙은 아버지한테 잘 나와요? 라고 물으면 늙은 아버지는 대문 앞에 서 있다가 할멈, 잘 나와? 라고 묻고 늙은 어머니가 아까보담 더 안 나와요, 하면 늙은 아버지가 다시 말을 받아 아까보담 더 안 나온다, 하고 젊은 나한테 외친다.  

 

나는 또 자리를 옮겨 잘 나와요? 하고 묻고 늙은 아버지는 늙은 어머니에게 똑같이 재우쳐 묻고 늙은 어머니는 늙은 아버지에게 대답하고 늙은 아버지는 젊은 나에게 대답한다.  

 

젊은 나는 반나절 팥죽땀을 쏟으며 그 기다란 안테나를 들고 뒤뚱거린다. 세 사람이 연신 묻고, 묻고 대답하고, 대답한다.

 

늙은 아버지가 대문간을 지키고 있기가 따분한지 담배 한 개비를 피워물며 쭈그리고 앉아 대강 나오면 그냥 저냥 보제, 하던 차 굴뚝 옆에 자리를 잡아 안테나를 돌리니 방안에서 아이구야 겁나게 잘 나온다, 라는 늙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늙은 아버지를 통하지 않더라도 내 귀까지 선명하다. 돌아가지 않게 단단히 비끄러맨다. 방 안에 들어와 채널을 돌려보니 7번, 9번, 11번 다 화면이 선명하다.  

 

저녁 늦게 서울에 올라와 마누라, 자식새끼랑 주말연속극을 본다. 늙은 아버지도 늙은 어머니도 시골집에서 주말연속극을 본다. 참, 오랜만에 늙은 아버지, 늙은 어머니, 젊은 자식놈이 안테나가 맞아 저무는 주말 저녁, 함께 연속극을 본다. 가슴 뭉클하고 선명한 주말연속극.    

 

12. 시쓰기는 남자가 여자 꼬시는 것, 여자가 남자 꼬시는 것과 같다    

 

글쓰기는 남자가 여자 꼬시는 것, 여자가 남자 꼬시는 것과 같다. 다들 누군가를 좋아하여 꼬시기도 하고 꼬심을 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애인(詩)을 만들려면 먼저 좋아하는 이상형을 찾아야 한다. 이상형은 찾았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그리워해야한다. 자기 전에도 떠올려보고, 밥을 먹다가도 빙그레 웃으면 떠올리고 길을 걷다가도 떠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리워만 한다고 애인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 다음엔 조금씩 접촉을 해야 한다. 그가 나타나는 시간을 알아내고, 어느 길로 가는지를 알아내고, 우연을 가장한 채 만나기도 하고, 밤늦도록 문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일부러 어깨를 부딪치기도 해야 한다.

 

한번 두 번, 접촉하면서 안면도 서로 트고, 인사도 나눠야 한다. 그 다음은 상대도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자신을 예쁘게 단장해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예쁘게 화장도 하고 옷장을 뒤져 좋은 옷을 골라 입기도 해라. 그러면 상대도 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그 다음엔 조금씩 유혹을 해라. 먹을 것도 갖다 주고, 선물공세도 하고, 당신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라. 그리고 적당한 때를 골라 사랑한다고 열렬히 고백하라.

 

몸도 주고 마음도 줘라. 서로 옷을 벗고 불 끄고 뜨겁게 하나가 되라.

 

그러면 생명이 탄생한다. 그 생명이 詩다.

 

일본 그라비아 모델, 레온 카데나 (Reon Kadena,かでなれおん)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아무 것도 없다. 하나 되는 공식이라는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하는가 되는가? 하나 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관심- 정성-신뢰-사랑- 하나” 즉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던 것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 보이는 것에 정성을 드리면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생기면 서로 사랑하게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면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되면 생명이 탄생한다.

 

남녀 관계도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관심도 갖지 않고 정성도 드리지 않고, 신뢰도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글과 하나가 될 수 없으며 시가 탄생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남자가 여자 꼬시는 것, 여자가 남자 꼬시는 것과 같다. 사랑 후에 애가 생기는 것과 같다.      

 

네 입속에 혀를 밀어넣듯 - 고영민  

 

그동안 저 가지를 지그시 물고 있던 것은 모과의 입이었을까   네 입속에 혀를 밀어넣듯 나무는 저 노랗고 둥근 입속에 무엇을 집어넣었을까 부드러운 혀였을까 입김이었을까   가진 것 없이 매달린 내가 너에게 오래오래 가닿는 길은 축축하고 무른 땅에 떨어져 박히는 것 네 입속에 혀를 밀어넣듯   거부해도 네 입속에 혀를 밀어넣듯 다시 혀를 밀어넣듯    

 

13. 스파링 파트너를 만들어라!    

 

혼자 거울 앞에서 쉐도우 복싱을 하듯 혼자서 시를 쓰면 쉽게 늘지 않는다. 권투선수가 맞으면서 크듯 시 쓰기도 어느 시기까지는 맞아야 큰다. 맞아야 주먹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권투와 마찬가지로 괜찮은 스파링 파트너를 선택해야 한다.

 

혼자 거울 앞에서 폼 잡고, 자기 폼에 취해 권투를 하다보면 실전에 올라가 몰매를 당하고, KO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자기 폼과 자기 주먹에 대한 객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스파링파트너가 필요하다.

 

자기 폼이 개폼인지, 똥폼인지, 아니면 진짜 제대로 된 폼인지 스스로 느끼고 확인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칭찬도 좋지만 아프게 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후 어느 정도 자기 폼이 잡히고, 상대의 주먹도 보이고, 실전능력이 쌓이면 그때 정말 고독하게 자기를 상대로, 거울을 보면서, 자기 그림자를 보면서 쉐도우 복싱을 해야 한다.  

 

등단 초, 나 같은 경우엔 같은 해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친구가 있어 매일 1~2편씩의 시를 써서 메일로 주고받곤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가혹했다. 아마 그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시를 주고받는 일은 없다. 그냥 지면에 소개되면 어떻더라! 한마디 정도뿐이다. 그와 나는 2년 넘게 서로를 위해 실전과 같은 스파링 파트너의 역할을 했다. 그게 큰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    

 

해감 - 고영민      

 

민물에 담가놓은 모시조개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몇 번을 소리쳐 부르자 당신은 간신히 한쪽 눈을 떠보였다 눈꺼풀 사이 짠 물빛이 돌았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나를 제 몸속에 새겨 넣겠다는 듯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르렁, 그르렁 입가로 한 움큼의 모래가 토해졌다. 간조선(干潮線)을 지나 들어가는 당신의 흐린 물빛을 따라 축축한 한 생애가 패각의 안쪽에 헐겁게 담겨져 있었다 짠물을 걸러내며 당신은 물무늬 진 사구를 온몸으로 기고, 몸을 잊으려 한쪽 눈을 마저 닫자 날이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울컥, 울컥, 검은 모래가 걷잡을 수 없이 토해졌다 나는 당신의 손을 움켜쥔 채 더 깊은 물밑까지 따라 들어갔다 여윈 갈빗대에서 해조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제 오지 마라! 따라오지 말라고 이놈아! 라는 당신의 불호령을 들었다 두꺼운 껍질 밖으로 나는 움찔, 한순간 떠밀려 나왔다 패각을 움켜쥔 채 꼭 사나흘만 더 묵고 싶다던 당신의 늙은 아내가 밀려나왔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제 몸 밖으로 검은 해변을 푸륵푸륵, 싸놓았다 시끄럽던 한 생애가 말갛게 비워지고 있었다    

 

 14. 링에 올라가라. 계속 경기를 해야 한다.    

 

축구선수나 야구선수가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경기감각이 떨어진다. 아무리 프리미어리그에 있다하더라도 벤치멤버로 있으면 그 선수를 대표로 뽑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적으로 경기에 나가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선수가 한 달을 쉬면 숨을 끌어올리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시 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쉬면 쉴수록 경기감각이 떨어진다. 1시간을 뛰던 선수가 10분을 뛰고 헉헉거리게 된다. 선수는 무조건 경기장에 나가야 한다. 축구선수라면 K리그가 없으면, N리그라도 나가야 하고, N리그가 없으면 동네 조기축구회에 나가서라도 공을 차야 한다. 공을 차고, 뛰고, 몸을 부딪치고, 골을 넣을 때 비로소 그는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얘기하는 자이다.

 

마찬가지로 시인도 지면이 어떻든 간에 지속적으로 발표지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면 속에서 다른 시인들과 함께 놓여 있을 때 자기 시가 어느 수준인지 확연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아! 내 실력이 이 정도구나! 아! 다른 시인들의 실력이 이 정도였구나! 더 분발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 자체가 경기감각이다.  

 

혼자 달리기를 하다가 여럿이 출발선상에서 총소리를 듣고 달릴 때 진짜 자기의 헉헉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권투 선수라면 링 밖에서 후두웤을 할 것이 아니라 링 위에 올라가라! 링이 없으면 새끼줄이라도 묶어놓고 권투장갑이 없으면 주먹에 수건이라도 감고 시합을 해라. 축구선수라면 그라운드에 나가 뛰어라! 그라운드가 없으면 애들을 모아놓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가서라도 공을 차라.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떨지말고 어디든, 어디든, 자꾸, 자꾸 발표를 해라! 그래야 경기감각이 생긴다. 정 발표할 곳이 없으면 블로그를 만들어 자기 시를 올려라.

 

그 블로그가 경기장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 자기 시를 올려놓는 순간 그 시는 객관화되기 시작하며, 나로부터 분리되어 그 시를 객관적인 눈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자기 시의 문제점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관객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연극을 하는 것과 관객을 앞에 놓고 연극을 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자기 시가 관객들 앞에서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동작을 내는지 볼 수 있을 것이며, 아니면 배우가 부실하여 말문이 자꾸만 막히고, 대사를 까먹고 다리가 후들거려 식은 땀을 흘리는지 스스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선수는 죽을 때까지 그라운드에 있어야 한다.

 

그게 선수다! 시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용접- 고영민  

 

당신과 나는 외따로 떨어져 있다 맞대는 당신의 뼈와 나의 뼈를 붙일까 성기와 성기를 붙일까 그러면 하나가 될까 너의 살을 녹여 나에게 붙일까 나의 살을 녹여 너에게 붙일까 얼굴에 철가면을 쓰고 몰래 남의 살을 훔쳐다가 푸른 토치불꽃을 치어다보며 얼른 당신과 나를 붙일까 신음소리를 붙일까 하하하, 웃음소리를 붙일까 아이 하나를 쑹덩 낳아 잠든 사이 그 아이를 녹여 이음새에 붙일까 살만큼 사신 팔순의 노모를 홀려 두 눈 딱 감고 이음새에 붙일까 冬至와 夏至의 긴 밤낮을 붙일까 그 하늘을 돛단배처럼 날던 반딧불과 하루살이와 잠자리와 비와 눈 해와 달을 붙일까, 우뢰를 붙일까 불시에 찾아오던 침묵, 초조와 불안의 두꺼운 상판을 붙일까 그러면 얼싸안고 하나가 될까 이 튀는 불똥에 눈은 까맣게 죽고 나는 끝내 무엇을 녹일까 당신과 나, 영영 붙을까    

 

15. 자기를 믿고, 자기를 사랑하라    

 

두서없이 썼는데, 이 글이 마지막이 될 듯합니다. 같잖은 글이지만 나름 조금이나마 제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고자 마음을 내보았습니다.  

 

자기의 시작법이나 시론, 문학관과 많이 다른 부분도 있으리라 봅니다. 가져갈 부분은 적당히 취하시고, 전혀 가져갈 것이 없다고 보시면 그냥 무시하고 다 버리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자기를 믿고, 자기를 사랑하세요!    

 

시 쓰기는 자기를 정말 사랑하는데서 비롯된다. 먼저 자신을 믿어라!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라. 나는 누구보다 뛰어나다. 감수성이 예민하다. 아직 때를 만나지 않았을 뿐이다. 나에게는 시적인 무한 광맥이 있다. 나는 지금도 잘 쓰지만 앞으로 세상을 놀래킬 멋진 시를 써낼 것이다.  

 

이러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세상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 겉마음과 속마음을 일치시켜라. 속에서 “너는 안돼! 너는 안돼!” 이런 소리가 들리면 다시 자신에게 사랑과 믿음을 줘라. 내 몸과 마음이 열려야 그때부터 뭔가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너는 잘 쓸 수 있다고. 너는 멋진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해라! 힘들고 좌절감이 올수록, 눈물이 나올수록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라. 그러면 분명 멋진 시를 쓸 수 있다! 고 나는 믿습니다.    

 

 “페루 인디언들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기 전 낚싯대와 대화를 한다. 너는 바다에 나가면 고기를 많이 잡게 될 거야. 이 말을 통해 그 낚싯대는 고기를 잘 잡는 낚싯대가 된다. 남태평양 어느 섬의 원주민들은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쓴다. 그들이 쓰는 무기는 날이 선 톱이 아니라 아우성이다. 모든 주민들이 쓰러뜨릴 나무 주위에 둘러서서 3일 밤낮 나무를 향해 고함을 쳐댄다. 그러면 나무속에 깃들어 있던 혼이 빠져나가면서 나무가 쿵, 하고 쓰러진다.”      

 

푸른 고치  

 

시골집에서 박스에 찰옥수수를 담아 소포로 보내왔다 포장이 단정하다 옥수수를 내려다보니 옥수수는 단단히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다 몇 겹 포장지에 겹 싸여 있다 포장지를 벗기니 그 안, 다칠까 또, 실뭉치가 가득하다 자신이 얼마나 귀하여 옥수수는 이토록 스스로를 꼭 감싸 안았을까 나는 나를 이만큼 사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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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도              全 渲 (silpo)

 

 

  그녀는

  고슴도치 가시가 곳곳에 솟은

  난장 골목쟁이 어귀 길바닥에 누워

  다 헤어져 찢어진

  치마같은 ... 그런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운 자리 정면 출입구에선

  중년이라면 누구든 들은듯한

  그런 노래 '야생마' 가 스피커를 통해

  삶의 애증을 방열하고 있다.

 

 

 

 

 

 

  그 노래를 아는 양

  담배 한대를 주워 물고는

  하염없이 떠도는 부초처럼 ...

 

  실룩대는 하얀 거품이 흘러 내리는 검푸른 입술로

  읊조리기 시작하는 그녀.

 

 

     " 원두커피는 65도씨 온도로 마셔야 크피는 제격 인게야 "

 

 

  느닷없이 원두 커피론을 들썩거리던

  그녀는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증으로 가운데 머리가

  몽창 뽑혀진

  그녀는

 

 

  첫번째 자신을 내동댕이 친 대학교수 첫 남편을 저주하드니

  두번째 진행 중인 남편의 집요한 전화질에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하였다.

 

 

  찬 냉수에 깡 소주나 멕여대는

  아저씬 대체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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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 씨의 2편의 동화
 ‘어부 마르코의 꿈’과 ‘콘스탄티노플의 뱃사공’
http://news.jkn.co.kr/article/news/20100716/3078191.htm

 

 

언젠가 65도 원두커피 한 방울이 잘 영글어
시오노 나나미 님 이상의 인류 유산이 남겨지기를 고대하며 ...

 

 

 

. 기형도 시인의 "거리에서"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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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의 여자대학 미디어 문예창작과

http://www.sewc.ac.kr/dept/class_05_03.asp?menuCode=02_05

 

. 블로그 방문자 수 늘리는 방법, 덧글 늘리는 방법
http://blog.naver.com/baqoo0oo/20109684147

 

. 구글 피카사(Picasa)3.0 사진 편집 프로그램 다운로드
http://program.iamvip.net/99
http://paperinz.com/853

 

. 네이버 아이템팩토리 활용법 http://ite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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