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6일 수요일

뒷북으로 미래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을 IT 시장

김기천 조선일보 논설위원

 

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최근 일본 소니와 손잡고 인터넷과 TV가 결합한 '구글TV'를 선보였다.

 

방송과 유튜브·아마존 등의 방대한 동영상 자료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고,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은 물론 안드로이드앱에 올라 있는 수많은 응용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다. '바보상자'가 '스마트 TV'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세계 IT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애플도 곧 구글 TV와 비슷한 개념의 '아이 TV'를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구글의 이번 발표는 오래전부터 소문이 떠돌던 아이 TV를 겨냥한 선제 조치라는 말도 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며 IT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구글과 애플이 TV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부딪치게 된 것이다.

국내 IT업계에는 이런 움직임이 달갑지 않을 듯하다.

 

세계 1·2위 TV업체인 삼성전자LG전자는 올 들어 3D TV에 전력투구해왔다. 영화 '아바타'를 계기로 3D 기술이 차세대 TV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구글과 애플이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TV를 들고 나오면서 시장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오히려 3D로 제작한 영화 등 콘텐츠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어서 3D  TV보다 스마트 TV 보급이 더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구글과 애플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과 LG가 대표하는 한국 IT산업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뒷북을 친 경험이 있다. 아마존의 '킨들'이 만들어낸 전자책 시장에 대한 대응도 늦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킨들 대항마를 선보였지만 헛고생으로 끝날 전망이다. 애플의 아이패드로 인해 전자책 시장 자체가 무너질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IT업계는 아이패드에 대해서도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 미국에서 발매 한 달 만에 100만개 넘게 팔리는 것을 보고는 뒤늦게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 개발로 방향을 돌렸다.

한국 IT업계가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것은 선진국 기업들이 만들어놓은 시장에 뛰어들어 가격과 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과거의 성공방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하드웨어와 공정기술을 무기로 남의 뒤만 따라가는 '뒷북' 체질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금 세계 IT산업은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휴대전화와 TV 시장에 뛰어들고, PC업체인 휴렛팩커드가 스마트폰 시장을 노린다. 사업영역의 구분이 사라지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글로벌 IT 강자들은 기업 인수·합병(M&A)에 엄청난 돈을 퍼부으며 영역확장에 나서고 있다. IBM이 2015년까지 200억달러를 들여 기업 사냥에 나서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삼성전자는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올해 26조원을 쏟아 붓겠다고 했다. 반도체 투자만 11조원으로 삼성을 제외한 전 세계 반도체 투자액을 몇 배나 웃돈다. 공격적인 투자로 내부 역량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여전히 하드웨어에 치우쳐 있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IT패러다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 IT산업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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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전략

http://seoultour.textcube.com/192

 

. 월드컵 때문에 3D TV 제품을 구입해 보니 ....

http://neoskin.tistory.com/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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