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2일 금요일

삭힘의 미학 - 홍어

삭힘의 미학 - "홍어 삭는 마을"

 

 

 

 

 

 

 

홍어는 ‘하드코어’다 ! 

 

처음 본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먹느냐”며 머뭇거린다.

마지못해 한 점 입에 넣었다가 “다신 못 먹겠다”며 후회한다.


그러다 평범하고 무난한 음식들의 향연이 지겨워질 때쯤,
문득 떠올린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아찔했던 향과 입천장을
홀랑 벗겨놓았던 얼얼한 그 맛을. 그리고 깨닫는다.

하드코어의 묘한 중독성을.

요즘, 하드코어 음식 홍어가 인기다.

막걸리 바람을 탔다.

얼마전 홍어 매출이 늘었다.
그에 따른 막걸리 매출도 엄청 증가했다.


홍어, 돼지고기, 묵은지를 한입에 넣고
탁주를 들이켜면 홍탁삼합이다.

톡 쏘는 홍어와 고소한 돼지고기,
시큼한 묵은지에 달달한 탁주 한 모금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순간,
세상에서 부러운 건 아무 것도 없다.

 

1분 지나니 눈이 따갑다.

처음엔 코끝을 스치기만 했던 톡 쏘는 냄새가
시간이 흐를수록 온 몸을 파고드는 듯 강렬해진다.

‘지옥의 향기’란 별명이 절실히 와 닿는다.

붉은색으로 소리 없이 삭고 있는 홍어를
한 가득 쟁여 놓은 홍어 숙성실.
그 안에 들어가야 지역의 향기를 뼛속 깊이 느낄 수 있다.

 

전남 나주시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 위치한
 ‘영산포 홍어’의 숙성실을 찾았다.

22개 항아리 안에 그득그득 찬 홍어들이 삭고 있었다.

 

김영수(42)사장은 “오래 삭힌 홍어들이 많은 날엔
머리까지 어질어질하다”고 말한다. ‘맛있는 홍어’는
이렇게 온몸으로 고생해야 비로소 탄생하는,
‘삭힘의 미학’이 깃든 음식이다.

 

그러나 같은 홍어라도 ‘어떻게 삭히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정답은 없다.

손님 따라 입맛도 천차만별.

따라서 ‘홍어집’마다 삭히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1. 홍어는 무엇으로 삭히나

 

‘영산포 홍어’에선 항아리에 담아 황토방에서 삭힌다.
커다란 항아리 속에 홍어를 켜켜로 쌓고,
입구는 비닐과 짚으로 덮는다.

덮는 이유는 공기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홍어는 공기에 직접 노출되면 빨리 말라 퍼석퍼석해진다.
변색 위험도 있다.

 

옹기 항아리를 쓰는 이유는 자연통풍으로 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다.
온도는 황토방 천장에 설치한 기계로 조절한다.

목포‘금메달식당’에선 짚더미로 싼 홍어를 다시
비닐봉지로 꽁꽁 묶어 항아리에 넣는다.

 

“짚에서 곰팡이균이 나와 발효가 빨리 된다”는 게 이유.
금메달 식당 박정숙(59)사장은 홍어와 짚에 관련된 일화를 전하며 웃는다.

“옛날 길 가던 거지가 어느 집 앞 두엄더미
위에 버려져있던 홍어를 주워갔대.

사람들이 ‘저놈 상한 홍어 먹고 죽겠다’했는데
다음날 더 쌩쌩한 모습으로 나타나 다들 놀랐대지.
두엄 속의 짚이 홍어를 발효 시킨 거야.
그 홍어는 상한 게 아니라 삭은 거였지.”

 

요즘은 짚이나 항아리보단 플라스틱 숙성용기를 이용하는 곳이 많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서 40년동안
홍어를 취급해온 ‘홍어 1번지’숙성실을 찾았다.

영상 18도로 맞춰진 숙성실엔 홍어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전통방식을 고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맛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냉장기계사용을 통해 더 정확한
온도 조절로 원하는 만큼 삭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삭히는 기간과 온도는?

 

그렇다면 홍어는 몇 도에서 몇 일이나 삭힐까.
‘영산포 홍어’의 김 사장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영상 3도를 기준으로
수입산은 20일, 흑산도산은 30일 삭힌다.

 

수입 홍어는 냉동 상태로 부산을 거쳐 영산포로 오는데
여기 도착했을 땐 잡힌 직후로부터
이미 두 달이 지난 시점이다.

 

아무리 냉동이라도 슬그머니 자체 숙성이 돼 있어
흑산도산보다 짧게 숙성시킨다”고 설명한다.


전국에 있는 이마트 할인점에 홍어를 대고 있는
‘영산 홍어’에서는 “영상 5도나 그보다
약간 낮은 온도에서 40일~50일 간 숙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홍어 1번지’에선 영상 18도에서 12일간,
목포 ‘금메달 식당’에선 영상 18도에서
7일 정도 삭힌다(계절에 따라 약간씩의 변동 있음).

그렇다면 ‘높은 온도에서 짧은 기간 숙성시키기’와
‘낮은 온도에서 오래 숙성시키기’의 맛의 차이는 무엇일까.

 

‘영산포 홍어’에선 “홍어 구입 후 유통기한은 홍어를
숙성시킨 기간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높은 온도에선 숙성이 빨리 되지만 그만큼 부패도 빠르다.

 천천히 오래 숙성시킨 것일수록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영산 홍어’ 에선“사실 가장 맛있게 삭히려면
영하 3~4도에서 1년간 삭히면 된다.
저온에서 천천히 삭힐수록 깊은 맛이 나고 뼈까지 부드러워진다.
고온에서 빨리 삭힌 것은 살만 부들부들하고 뼈는 딱딱하다”고 했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다.


‘홍어 1번지’와 ‘금메달 식당’은 “너무 오랜 시간 삭히면
홍어에서 수분이 다 빠져 푸석푸석해진다.


짠 맛도 강해진다. 영상 18도가 바로 홍어가
가장 맛있게 삭는 온도”라고 주장했다.

 

‘만만한 게 홍어X’라 불리게 된 이유는
홍어삼합을 시키면 간혹 홍어의 ‘서비스 부위’가
서너 점씩 딸려 나온다.

 

썰린 모양만 봐선 어딘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주인이 생색내며 주는 특수부위는 주로
코· 애(간)· 거시기(성기)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무엇이 가장 맛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코는 5kg홍어에서 100g정도 밖에 안 나올 정도로
양이 적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는다. 맛 역시 독특하다.

 

삼합에 쓰이는 부위인 날개보다 3배 정도는 더 톡 쏜다.
다른 부위보다 빨리 삭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명한 겉모습에서 알 수 있듯 매우 미끌미끌하다.

애는 홍어의 간이다. 보통 홍어가 들어오면
바로 분리해 그 채로 상에 올린다. 참기름을 뿌린 듯
노란 기름기가 좌르르 흐른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부들부들 마치 연두부나 푸딩같다.

한 입 깨무는 순간, 차가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히 퍼진다.

마지막으로 거시기는 홍어의 고환. 수컷 홍어의 몸에 두 개 있다.


여기서 잠깐,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


‘만만한 게 홍어 X’은 무슨 뜻일까.
맛이 없어서 일까. 그건 아니다.
홍어 고환은 홍어 몸에서 가장 쉽게
‘쏙’ 빼낼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갈고리로 찍으면 ‘훅’ 하고 빠져 티도 나지 않는다.


 '영산포 홍어' 김 사장은 “옛날 홍어집 주인들이 가게 앞을 지나던
손님에게 막걸리와 함께 대접용으로 늘 내놓던 것이 바로 홍어 거시기였다.

 

들릴 때마다 안주로 나오니 만만하다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전한다.


다른 설도 있다.

 

홍어는 맛이 부드럽고 더 차지다는 이유로 암컷이 수컷보다 비싸다.
그래서 ‘수컷 홍어는 배에 오르자마자 거세당한다’는 소문이 있다.


유래야 어찌됐든 맛만은 혀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차지고 쫄깃쫄깃하다.

5Kg홍어 1마리를 예로 들면, 평균적으로 날개가 2kg.

나머지는 그 외 몸통과 머리 쪽 살이다. 과거엔 홍어 아가미,
일명 구섬치도 인기였으나 요즘은 거의 먹지 안 먹는다.


과거엔 아가미 한 점이면 막걸리 서너 사발은 거뜬히 마셨다고 한다.

유난히 질겅질겅해 씹어도 씹어도 입 속에서 안 없어졌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배워보는 홍어 상식

 

‘홍어 1번지’숙성실에선 공장장 홍재석(47)씨가
홍어 손질에 한창이었다.
매캐한 암모니아 냄새가 가득했지만 그의 표정은 생동감 넘쳤다.


삭고 있는 홍어 한 마리 한 마리는 그의 예술작품이었다.

숙성실엔 흑산도산과 칠레산 홍어가 있었다.


우리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홍어는 어떤 손질과정을 거치는 지,
흑산도산과 수입산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배워봤다.

 

수입산은 들어오자마자 먼저 해동부터 시킨다.
자연적으로 녹을 때까지 놔두는 것이다.
해동이 되면 내장을 제거한다. 애(간)는
손님상에 올라가고 위는 젓갈을 담는데 쓴다


(숙성실 한 켠에선 미니풀장 만한 바구니 속 가득 담긴
홍어 위를 손질 중이었다).

다음이 삭히기다. 삭힌 홍어는 볼살· 꼬리· 날개 순서로 분리한다.
그런 다음 센 물로 씻고 껍질을 벗긴다.


흑산도 홍어는 해동과정이 없다. 나머지 과정은 수입산과 동일하다.

흑산도 홍어는 전체적으로 황금빛이 나고 수입산은 검은빛이 돈다.
껍질 벗겨져 상에 올라왔을 땐 색깔만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흑산도산이 더 붉긴 하지만 비교대상이 없으면 구분이 어렵다.

 

흑산도산과 칠레산 두 가지를 차례로 먹어보니 흑산도산이 더 차지고 쫄깃했다.
그만큼 더 오래 씹어야 했다. 칠레산은 부드러웠다.


또, 같은 기간 삭혔음에도 불구하고 흑산도 홍어의 톡 쏘는 맛이 더 강했다.
맛으로 판별하는 것도 일단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 봐야 가능하다.

 

삼합은 예로부터 전라도의 잔치음식이었다.
지금도 각종 집안 경조사에 삼합이 빠지지 않는다.

나주 ‘영산포 홍어’의 김 사장은
“삭힌 홍어 중 80%는 타지로 보내고,
20%는 나주에서 소비되는데 그 대부분이
집안 잔치에 쓰인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홍어를 돼지고기, 묵은지와 함께
삼합으로 먹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나주의 홍어전문가로 통하는 이재천 교수
(49· 고구려대학교 치위생과 교수)에게 들었다.

“일단 돼지 수육이나 홍어 모두 잔치에서 먹는 음식이다 보니
서로 마주 칠 기회가 많았죠.
세 가지는 서로 보완 관계입니다.


옛날엔 냉장고가 없었잖아요?


돼지고기는 ‘여름 돼지는 잘 먹어야 본전이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상하기 쉬웠는데

홍어에 풍부한 암모니아 성분이 살균작용을 해 식중독을 막아줬죠.


또 김치엔 암모니아를 중화하는 유기산이 들어있어요.
막걸리엔 홍어의 자극을 완충해주는 단백질이 있고요.

 

그래서 삼합을 먹으면 처음엔 톡 쏘는 홍어 맛이 강해도
먹다 보면 점점 조화를 이뤄 씹을수록 담백해지는 겁니다.”

 

‘영산홍가’ 강건희(60) 사장은 “그 집 홍어삼합 맛을 알려면
먼저 세가지를 따로따로 먹어보라
”고 귀띔한다.


맛 좋은 삼합이 탄생하려면, 주인공 홍어 뿐 아니라
그의 짝꿍들인 돼지고기와 묵은지 역시 맛있어야 한다.


그래서 알아봤다. 어떻게 해야 맛있는 홍어짝꿍이 탄생하는지.

. 돼지고기 냄새 잡는 비결 울금가루·월계수 잎

먼저 돼지고기는 ‘냄새없게 부드럽게’ 삶아야
홍어의 톡 쏘는 맛이 한층 산다.


냄새를 없애려면 대파· 된장· 마늘은 기본이다.


그 외 집집마다 더 맛있게 삶기 위한 비책이 있다.


‘영산홍가’ 홍어삼합용 돼지 수육엔 껍질 부분에 샛노란 색이 뱄다.
울금가루 때문이다.
카레의 성분이기도 한 울금가루는 고기냄새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냄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야들야들한 맛.
그러려면 수분이 충분해야 한다.

 

‘영산홍가’에선 “손님이 주문할 때 마다
돼지고기를 일일이 삶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리 삶아 놨다가 주문 들어올 때마다
다시 한 번 쪄 내간다”고 털어 놓는다.


그러므로 미리 삶아놓은 돼지고기를 손님상으로
내갈 때까지 수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삶은 뒤 키친타올로 감싸고 그 위로 비닐랩을 칭칭 감아 밀봉한다.

‘홍어 1번지’에선 삶을 때 생강과 양파를 넣는다.
삶은 후엔 비닐랩으로 밀봉해 보온밥통 속에 넣어둔다.


뜨겁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 외 ‘금메달 홍어’에선 식초를, ‘영산포 홍어’에선
월계수 잎을 넣어 냄새를 없앤다.

묵은지 김장 육수로 홍어뼈 푹 곤 물 사용

맛있는 묵은지는 참으로 오랜 세월을 요구한다. ‘묵은지’라 하면
6개월 이상 된 것을 뜻하지만, 깊은 맛을 내며 홍어삼합 속 제 역할을 충실히 하려면
2년 이상은 묵은 것이어야 한다. 물론 오래되기만 해선 안 된다.


맛있는 묵은지엔 특별한 재료들이 들어간다.

‘영산포 홍어’에선 홍어뼈를 푹 곤 물을 김장 육수로 쓴다.
“홍어뼈 삶은 물을 차갑게 식히면 젤라틴이 형성된다.
콜라겐이 풍부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진한 홍어 육수로 담근 김치는 나주 완곡면에 있는
김치 저장고에서 따로 숙성시킨다.

‘영산 홍어’에서도 홍어뼈육수를 쓴다. 그런 뒤,
최대한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숙성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김치저장고 온도를 살얼음이 끼기 직전으로 맞춘 뒤 3년 이상 숙성시킨다.
“현재 식탁에 오르고 있는 것은 2006년에 담근 것”이라고 자랑한다.

 

‘홍어 1번지’에선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생갈치를 갈아 넣는다.
배추는 오래 숙성시켜도 무르지 않도록 빳빳한 것으로 골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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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발췌 :
팟지 푸드 닷컴 / 이상은 기자 , 홍미선 스타일 리스트

 

 

 

 

 

 

. 왜 홍어좆은 만만한 것이더냐?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906&logId=3734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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